
작년 12월, 법무부가 로스쿨생들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결정하기 직전, 전국의 로스쿨생들은 정부종합청사 앞에 모여 합격률 보장과 자격시험화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발 벗고 나섰다. 올해 3월에는 로스쿨생을 검사로 사전 선발하겠다는 법무부 방침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법연수원생들은 임명식에 불참하고 성명서를 내는 등의 집단행동을 벌였다. 그러자 언론에서는 곧바로 ‘밥그릇 싸움’, ‘법그릇 싸움’, ‘법조 이기주의’ 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들의 인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이 글에서 위의 모습이 밥그릇 싸움이다, 아니다 라는 소모적인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한 지방의 로스쿨생 2학년이다. 합격률이 정해진 3학년은 그렇다 치면, 최근의 로스쿨과 관련된 하나하나의 논란에서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걸린 직접 당사자이다. 그러하기에 ‘제가 얘기하는 것은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라, 우리나라 법조 개혁의 문제로서 국민들을 위한 것입니다’라고 아무리 강변해봤자 설득력 없음을 알고 있다. 다만 이해 당사자의 입장이라는 것을 전제한 뒤, 최근 논란 속에서 들었던 생각들을 얘기하고 싶을 뿐이다.
먼저 로스쿨에서의 법 교육에 대한 왜곡은 중단되어야 한다. 최근 100분 토론에서 주장되었던 변호사 시험(정확하게는 작년 3월에 발표된 모의시험 문제다) 문제가 수능 문제보다 쉬웠다라는 주장이나, 변호사들이 집회하는 과정에서 ‘형소법도 안배운 로스쿨생 검사임용 웬말인가’ 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대표적인 예다.
모의시험 문제 중 단 한 문제를 가지고, 아직 본 시험도 치러지지 않은 변호사 시험 전체가 수능 문제보다 쉽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만약 사법고시에서 가장 난이도가 낮은 문제를 들고 나와 사법고시가 변호사 시험보다 쉽다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또한 로스쿨 과정에서 형소법(형사 소송법)은 수강하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는 필수 과목으로 지정되어 있다. 배운다.
이러한 왜곡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다. 안 그래도 국민들은 법조인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다. 국민들이 로스쿨 출신과 사법고시 출신을 구별해 사법고시 출신 법조인들에게만 신뢰를 보낼 것이라는 믿음은 너무나 단시안적이다.
서로간의 존중이 필요하다. 로스쿨은 사법연수원생들이 사법고시에 합격한 인재들임을 존중해야한다. 동시에 사법연수원은 로스쿨생들이 외국어 능력과 다양한 사회 활동 배경을 가진 인재들임을 존중해야한다. 양자는 각각의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간에 보완과 협력이 필요하다. 올해 7월이면 법률시장이 개방된다. 바로 4개월 뒤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약 일곱 개의 영국 및 미국 로펌이 한국 진출 준비를 마치고 7월경 서울에 분사무소를 낼 계획이라고 한다. 사실상 국내 변호사 숫자가 몇 명인가는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경쟁을 통해서 해결할 문제다. 내년이면 로스쿨 졸업생들이 사회에서 활동을 시작한다. 다양한 영역에서 그들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그 평가들은 축적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로스쿨 출신들 중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뒤처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는 사법고시 출신도 마찬가지다. 아니 마찬가지여야 한다.
무슨 시험 출신 변호사가 아닌, 대한민국 변호사로서 얽히고 설키어, 외국계 변호사들과 함께 공정한 경쟁을 벌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닐까. 이 과정을 통해서 법조 서비스 문턱을 낮추고 신뢰할 수 있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가 성취하는 모델이 ‘밥그릇 싸움’ 비판을 비켜갈 수 있는 현실 가능한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