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위 출범...‘기대’보단 ‘우려’ 크다
예산 배분·조정 놓고 기재부와 힘겨루기 불가피
사업평가권 갖지 못해 R&D 전 과정 관리 미흡
공무원 중심으로 조직 짜여져 ‘옥상옥’ 논란도
국가 연구개발(R&D) 투자를 조정할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가 출범했다. 과기부가 폐지된 뒤 출범하는 ‘과학기술 컨트롤 타워’ 란 점에서 기대가 크다. 그러나 예산 배분·조정을 두고 기획재정부와의 힘겨루기가 예상되고, R&D사업에 대한 평가권도 갖지 못해 기대보단 우려가 앞선다. 아울러 당초 기대와 달리 조직이 공무원 중심으로 짜여지면서 ‘옥상옥’ 논란도 낳고 있다.
■ 실질적 예산 배분·조정권 ‘미지수’=29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국과위가 실질적 예산 배분·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가 먼저 나온다. R&D 사업 예산의 75% 이상을 배분·조정하는 권한을 갖지만, 태생적으로 기재부와 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예산 배분·조정권부터 불안하다”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장관이 드러내놓고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과위가 실질적 예산 배분·조정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기재부와의 협의가 필수적인데, 이를 못미더워 하는 셈이다.
지난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과학기술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과위가 다룰 국가 R&D사업은 인문·국방 부문을 제외한 △5년 이상 중장기 대형사업 △미래성장동력 창출 사업 △기초과학 사업 △(부처 간) 유사·중복 사업 등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실제 운영과정에서 국과위의 예산 조정·배분권이 기재부의 예산편성권과 충돌 없이 발휘될지는 지수다. 과학기술기본법에는 “기재부 장관이 정부 재정규모 조정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원회의 검토·심의 결과를 반영해 다음 연도 예산을 편성해야한다”고 규정돼 있다. 재정규모 총괄 조정 과정에서 기재부가 국과위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을 수 있고, 그럴 경우 갈등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시행령에선 국과위가 기재부와 협의해 국가 R&D 예산을 짜도록 했다. ‘예산의 배분·조정 등을 협의하기 위해 협의회를 운영한다’고 명시했다. 협의회를 통해 갈등이 조정되면 다행이지만, 기재부가 국과위의 예산 배분·조정권에 대해 갖는 부정적 입장이 변수다. 향후 협의과정에서의 마찰음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과학기술계에선 권한을 주려면 예산 배분·조정·편성권까지 줘야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세정 연구재단 이사장은 “국과위에 예산 배분·조정·편성권까지 몰아주지 않은 데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 연구개발사업 평가권도 확보 못해=R&D 사업에 대한 평가권도 확보하지 못했다. ‘국가연구개발 등의 성과 평가·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취지대로 국과위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선 연구개발의 기획·재원배분·성과평가 등 전주기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지난 28일 취임한 김도연 국과위원장이 “가장 아쉬운 부분은 성과평가법이 통과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밝힌 이유다.
당초 기대와 달리 국과위가 공무원 중심으로 진용이 짜여지면서 ‘옥상옥’ 논란도 낳고 있다. 차관급인 상임위원과 실행조직인 사무처 수장 자리를 기재부·교과부·지경부 등 3개 부처 출신 인사가 나눠 가졌다. 김도연 위원장이 현 정부 초대 교과부 장관이란 점까지 감안하면, 순수 민간 과학기술인이 전무하단 지적이다.
국회 교과위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은 “상임위원, 사무처장 등이 전부 공무원이다 보니 부처입장만 대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국가 R&D사업의 전체적인 계획을 짜겠다는 국과위 본연의 역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중심으로 짜여 ‘옥상옥’ 논란도=연구재단 오세정 이사장도 “그간 R&D 예산을 따려면 기재부만 설득하면 됐는데, 이제는 국과위를 한 번 더 거쳐야 하는 과정이 생겼다”며 ‘옥상옥’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차동 국과위 상임위원은 “연구재단이나 정부출연연에서 예산을 따내려면 교과부나 지경부, 기재부를 설득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주무부처 대신 국과위로 오면 될 것”이라며 “국과위가 기재부와 협의하게 되기 때문에 단계가 많아졌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향후 R&D 예산 배분·조정·편성에서 국과위와 기재부의 협의가 관건이란 얘기다.
반면 부처간 R&D사업에 대한 중복투자를 막는 컨트롤 타워 기능에 대해서 기대가 크다. 그간 교과부·지경부 등 정부부처별 R&D 관련 예산이 중복 지원되는 데서 오는 비효율성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오세정 이사장은 “그간 기재부에서 각 부처 사업을 하나하나 챙기지 못한 면이 있었다. 국과위출범으로 R&D사업을 통합적으로 불 수 있게 되면 중복지원으로 낭비되는 예산이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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