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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스 하버드대학 총장의 몰락
교수회 불신임안 가결로 결국 사임
성차별적 발언과 퇴임 종용으로 교수회의 비난을 샀던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학 총장이 지난달 21일 결국 사임을 발표했다.

하버드대학 설립 이래 최초로 교수회의 불신임안이 가결됐다는 불명예를 얻었던 서머스 총장은 두 번째로 불신임 투표에 부쳐지기 전 사임을 발표한 것이다. 그는 오는 6월까지 임기를 마무리 짓고 오는 7월부터 남은 임기까지의 직무대행은 데릭 보크 전 총장이 맡을 예정이다.

서머스 총장은 저소득층 자녀들의 하버드대학 입학 비율을 늘렸을 뿐 아니라 하버드대의 이공계 분야를 성장시켰다는 점에서 그 성과를 크게 평가 받아왔다. 그런 그가 교수들과 끊임없이 반목을 일으키고 결국 그로 인한 사임을 발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크로니클오브하이어에듀케이션지(Chronicle of Higher Education)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의 총장이 사임을 발표하기에 이른 과정을 보도했다.

크로니클지는 하버드대학 학부생들은 클린턴 행정부시절 재무부장관까지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과 부담 없이 어울리곤 했던 서머스 총장을 상당히 좋아했고, 그것은 학생들이 제작하는 하버드 크림슨지(The Harvard Crimson)에서도 그 유감스러움이 표현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학생들과 달리 서머스 총장은 재임 초기인 2001년부터 이미 교수들, 그 중에서도 인문과학분야의 교수들과 특히 사이가 나빴던 것으로 알려졌다.

▲ 서머스 총장과의 불화로 프린스턴대학으로 돌아간 코넬 웨스트 교수.
서머스 총장은 임기 초반부터 교수들에게 그 자신이 사소하다고 판단하는 외부 활동은 줄이고 학문 활동에 시간을 보내라면서 교수들을 공격했으며 그 예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연구의 저명한 교수였던 코넬 웨스트 교수를 들 수 있다. 서머스 총장은 코넬 웨스트 교수가 제작했던 힙합 음반을 비난해 결국 웨스트 교수가 프린스턴대학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지난해 1월 여성들이 이공계에서 능력을 펼치지 못하는 것은 고유한 능력 차이에 있다는 성차별적 발언 때문에 하버드대학 교수회가 불신임 투표를 실시, 불신임안이 가결된 바 있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서머스 총장은 이 점에 대해 거듭 사과했으며 그 스스로도 그 문제 이후 교수회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머스 총장은 다른 분야에서 교수회와 문제를 일으켰다. 그는 교수들에게 학생들에게 A학점을 많이 줄 것을 제안하는가 하면 하버드대학 내에서 군인을 모집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던 것이다.

여기에 지난 1월 윌리엄 커비 인문대학장이 대학 커리큘럼의 개혁 문제를 놓고 서머스 총장과 논쟁을 벌이다 사임을 발표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교수들은 서머스 총장의 경영상의 문제가 커비 학장이 일으킨 문제보다 더 크다고 주장하고 나섰고 결국 사상 유례없는 두 번째 불신임 투표를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서머스의 오랜 친구인 안드레이 쉴레이퍼 하버드대학 평의원이 러시아 경제에 대한 그의 연구에서 미국 정부를 속인 혐의를 받고 있는 것도 한 이유가 됐다. 하버드대학이 쉴레이퍼 의원의 고소건과 관련해 막대한 돈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한 원로 교수는 “교수들은 모두 그들 사이의 친분 때문에 하버드대학이 결국 많은 돈을 지불하게 했다”고 말했다.

또 그의 태도 역시 교수들에게 많은 불만을 가져왔다. 하워드 가드너 교수(교육)는 “그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며 “그는 대학에서 화를 내거나 몰래 협박을 하고 우회적 행동을 하는 것이 납득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서머스 총장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를 놓고 ‘편협한 이익 취하기’라고 비판하는 교수들도 있다. 클라우디어 골딘 교수(경제)는 “결국 자기 영역보호이고 현상유지의 일부였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로렌스 카츠 교수(경제)도 “모든 소소한 그룹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강압적인 수단을 행할 수 있도록 용인하게 되면 하버드대학은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또 장기적 발전을 생각했을 때 서머스 총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는 일부 학생도 있었다.

한편으로 서머스 총장이 총장직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교수들의 지적도 있었다. 버지니아대 토머스 제퍼슨 센터를 관리하는 로버트 오닐씨는 “서머스 총장은 자신이 경제학자로서 생각하는 학문적 자유와 하버드대학 총장으로서 생각하는 학문적 자유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며 “사임에 이르러 과연 그가 진정으로 그 차이를 깨달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머스 총장 문제가 신입생 모집에는 별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저지 출신의 제프 폭스군은 “하버드에 입학하고자 하는 첫번째 이유인 ‘학문적 우수성’은 서머즈 총장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서머즈 총장이 있든 없든 교수는 교수고 강의는 강의”라며 하버드대학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심지어 일부 학생들은 “서머즈 총장의 사임이 오히려 하버드대학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혜영 기자 (news@unn.net) | 입력 : 06-03-09 오전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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