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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가 거부’ 구호만… 액션은 없다
“평가 불참 실무적으로는 불가능”

언론사 주도의 ‘줄 세우기’식 대학평가 거부 움직임을 보였던 대학들이 실제 액션은 취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말부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와 SKY가 참여하는 서울 8개 대학 교수협의체 연합회(이하 8개대 연합회)가 대학평가 불참 의사를 밝혔지만, 각 대학 실무 라인에선 올해도 변함없이 평가 참여를 준비 중이다.

1일 대학가 평가 담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학평가 불참이나 보이콧 같은 단체 행동은 구호에만 그칠 전망이다. 올해 조선일보와 영국 QS사가 주관하는 아시아 대학평가 작업이 진행 중으로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은 이미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지난해 중앙일보 평가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던 서울대도 예외는 아니다. 남익현 서울대 기획처장은 “이미 조선일보-QS 평가에는 자료를 냈다. 서울대 발전 방향에 맞는 대학평가인지 검토해 다른 평가에 참여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세계 대학평가를 받으면 국내 대학평가를 별도로 받을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선별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서울대의 경우 ‘선별 참여’ 방침에 따라 불참하는 대학평가가 생길 수 있지만, 사립대들은 이렇게 하기 어렵다. 서울 한 사립대 평가 담당자는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았다고 서울대가 상위권이 안 나오면 평가 자체의 공신성이 떨어진다”며 “사립대는 국립대와 입장이 다르지 않느냐. 기획처장협의회 등에서 보이콧하지 않는 한 평가를 거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보공시제 시행으로 인한 평가 무용론, 평가 준비에 따른 행정력 소모 등을 줄곧 제기해왔지만 막상 평가를 외면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몇몇 메이저급 대학들을 중심으로 실무 라인에서도 평가 불참에 대한 논의가 오갔지만 ‘없던 일’로 정리됐다는 후문이다.

연세대 이상의 평가팀장은 “평가 불참 여부는 실무자들이 결정할 사항은 아니다. 윗선에서 특별한 조치가 없어 기존에 해오던 대로 평가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고려대 기획예산처 홍준석 과장도 “대교협 인증평가 참여 문제 등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기존 대학평가 불참 계획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대교협과 주요 대학 교수들이 대학평가 반대 의견을 낸 것과 달리 대학 본부의 실제 액션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어디까지나 대외적 입장 표명일 뿐, 실제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는 게다. 한양대 평가감사팀 이태희 과장은 “평가에 불참할 수 있는 사립대는 없을 것이다. 구호나 입장 표명이 아닌 실무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사실 행정력을 동원해 자료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정보공시 자료 등을 통해 평가받을 수는 있다. 지난해 중앙일보 평가에 포함된 서울대 사례가 이 경우다. 하지만 대외 순위가 매겨지는 탓에 자료를 직접 제출한 뒤 검토까지 마쳐야 안심이란 게 대학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성균관대 평가기획팀 한석정 계장은 “평가의 부정적 면도 있지만, 수요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자료를 취합해 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이상의 팀장은 “순위 공표 전 대학이 최종 스크린할 필요 때문에 자료를 제출하는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진배 8개대 연합회장(연세대 교수)은 “주요 대학들이 전면에 나서 언론 주도의 줄 세우기식 평가를 반대했고 대교협도 힘을 실어줬지만, 아직도 (언론을) 조심하는 분위기”라며 “평가 불참으로 언론의 표적이 되면 꼭 대학평가가 아니더라도 부정적 보도가 나올 가능성이 큰 탓이다. 평가가 좋아서 계속 참여하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김봉구 기자 (paper81@unn.net) | 입력 : 11-04-01 오후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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