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디자인한 옷만 보신 분들은 가끔 제 프로필을 보곤 당황하세요. 아마도 4년제 대학 이상의 학력을 기대하셨나 봐요. 그분들의 기대를 충족시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하지만, 사실 전문대학에서 배운 것만으로도 디자이너가 되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김건이 앙디올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자신이 패션디자이너의 삶을 살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아니고, 예술적 감각도 특별하다고 말하긴 힘들었기 때문. 하지만 고등학교 선배의 권유로 1988년 영남이공대학 패션코디디자인과(옛 의상과)에 입학하면서 김 대표의 모든 삶은 ‘패션디자인’에 맞춰졌다.
“염색·재단·스타일 작업 등 모든 수업이 너무나 재밌었어요. 친구 따라 강남 갔는데 제 평생 직업을 찾은 거죠. 학과 공부가 재밌으니 성적도 잘 나오고, 좋은 성적에 기분이 좋아서 더 열심히 했고요. 그때부터 제 옷은 직접 만들어 입었어요. 그것도 모자라서 학내 연극동아리가 의상이 필요하다고 하면 라면 한 박스만 받고 만들어주곤 했어요.”
대학을 졸업한 후 김 대표는 10년간 여러 의상실을 거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마냥 즐겁던 대학생활과는 달리 힘든 일도 많았고, 중도에 포기하는 동료도 무수히 목격했다. 김 대표는 “당시 너무 힘들어서 펑펑 운 적도 많지만 옷을 만드는 일이 너무 재밌어서 그만둘 수 없었다”며 “지금 돌이켜보니 무의미해 보였던 것들이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소중한 자산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경험이 쌓이면서 실력에 자신이 붙은 김 대표는 1999년 ‘앙디올’이란 의상실을 개점한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한 의상실은 오픈한 지 6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길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아 심사를 통과해야만 참가할 수 있는 ‘후즈 넥스트(who's next)’ 파리 패션쇼에 2009년부터 매년 참가하고 있다. 올해 초 열린 후즈 넥스트에서는 지난해 대비 200% 이상의 수주(15만 달러)를 받아 패션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현재 앙디올의 매출은 4억원 정도지만 대구 현대백화점에 입점하게 되면 매출액은 더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김건이 대표. 김 대표에게 전문대학 후배를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보다 졸업 후 어떤 경험을 쌓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제가 후배들에게 말해줄 수 있는 부분은 전문대학에서 배운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전문대학 출신이었고, 전문대학 출신 후배들과도 같이 일을 하지만 패션디자이너로서의 자질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더군요. 다만 졸업 후 현장에서 얼마나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벌어지죠. 패션에 대한 감각은 트레이닝으로도 기를 수 있지만 인성이 부족하거나 참을성과 끈기가 없는 경우에는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더라고요. 후배들은 전문대학을 나왔다는 것에 주눅 들지 말고 자신이 사랑하는 일이라면 끈기와 인내를 갖고 버텨내시길 바랍니다. 무한한 성장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조용석 기자 (chojuri@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