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춘래불사춘이라, 봄이 왔건만 여러 대학들이 등록금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미친 듯이’ 공부하고 가르쳐야 할 학생들과 대학이 책은 뒷전에 두고 등록금 문제로 서로를 탓하는 풍경은 ‘미친 등록금의 나라’라는 표현처럼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고등학생의 80% 이상이 대학으로 진학하지만 그 대학생활의 끝이 청년실업으로 귀결되는 한 등록금의 고통은 이제 대학생 개인과 그 가정에서 감당할 한계 범위에 다다르고 있다 할 것이다.
부디 다음 선거에서 대학 등록금을 사회가 감당할 수 있도록 진지한 논의가 일어나기를 기대하면서 눈앞에 당면한 대학내 구성원의 갈등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를 고민해본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은 등록금 책정 및 각종 학생들의 학사제도 및 복지 관련 요구들을 수렴하기 위한 기구로서 등록금책정위원회(이하 등책위)를 1995년부터 운영해왔다. 그러나 2010년의 고등교육법 개정에 따라 각 대학교는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를 구성, 운영해야 한다.
대학 입장에서 보면 기존의 등책위가 짧지 않은 역사를 통해 잘 운영되어 오고 있었고 이를 통해 대학과 학생의 신뢰기반이 굳건하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새로 등장한 등심위는 잔잔한 수면에 파문을 일으키듯 상호신뢰와 존중에 파장을 일으켰다.
즉, 등심위의 구성을 통해 학교측 인사가 몇 명, 학생측 인사가 몇 명 하는 식의 숫자 계산을 하게 됨에 따라 합리적 논의를 위한 긴 시간의 인내보다는 다수결의 폭력, 그에 따른 두려움이 상대방에 투사되면서 긴 시간 쌓아올린 상호신뢰가 상당부분 손상된 것이다.
또한 등책위가 학교와 총학생회 양자간 논의구조라면 등심위는 학교, 총학생회(학부 및 대학원), 교수협의회 대표, 노조 대표 등 학내 각 구성원 대표가 참여하고 여기에 외부전문가까지 참여하는 다자간 논의구조이다.
즉 등록금 논의의 프레임이 바뀐 것이다. 다자간의 합리적 논의를 위해서는 학교재정 정보에 대한 투명성과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등책위 및 등심위의 각종 회의록과 회의자료를 홈페이지에 공개하였다. 아직까지 공개의 효과가 가시적이지는 않지만 공개된 정보는 내년과 내후년 등록금 논의의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등록금 관련해 학교와 학생간 갈등의 이면에는 상호신뢰, 상호존중의 손상이 있게 마련이다. 대학재정에서 등록금 의존율이 60%를 상회하는 현실에서 등록금 인상 혹은 동결의 효과는 교수 및 교직원의 복지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어있다.
등심위 같은 다자간 구조에서 건전한 논의가 이뤄지는 한 대학 혹은 총학생회 일방의 독단적인 주장은 배척받을 수밖에 없고 반드시 상호존중의 태도를 보여야 서로 다른 의견간에 조화를 이루고 마침내 합의를 끌어내게 된다.
앞으로 사회가 고등교육재정을 책임질 것인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설혹 그렇더라도 이에 앞서서 대학이 솔선수범해야 할 태도가 이러한 소통과 화합, 배려와 존중의 정신 아래 대학재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