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조사 중인 차등 등록금제를 시행한 게 KAIST가 아닌 성균관대나 동국대였다면? 인권위 진정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서울대가 아닌 연세대·고려대였다면?”으로 바꿔 질문해도 답은 마찬가지다. 인권위 조사 대상에 사립대는 포함되지 않아서다.
올해 들어 등록금 관련 문제로 인권위를 찾은 대학은 3곳이다. 최근 사례는 사회적 논란이 된 KAIST. 차등 등록금제가 KAIST 학생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진보신당이 진정서를 접수했다. 앞서 성균관대 대학원생들은 학부·대학원 등록금 차등 인상을, 동국대 총학생회는 등록금 인상 반대 ‘표현의 자유’ 억압을 이유로 인권위 문을 두드렸다.
21일 인권위에 확인한 결과 KAIST 문제는 차별조사과에 배당해 조사를 진행 중인 반면 성균관대와 동국대 사례는 각하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대학 중 사립대는 조사 대상이 아니다. 현행법상 국립대를 비롯해 국가기관, 지자체 등 공공기관 또는 공권력을 조사하도록 돼있다”고 밝혔다.
사실 성균관대나 동국대의 인권위 진정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적었다. 학부·대학원 등록금 차등 인상은 도의적 책임과 별개로 법적 문제는 없다. 학부와 대학원은 등록금을 별도 책정하게 돼있기 때문이다. 동국대 총학생회가 강제 철거당했다고 주장한 현수막에는 “등록금 4.9% 인상”이란 표현이 들어갔다. 당시 인상률을 2.8%로 하향조정한 터라 사실과 달랐다는 게 학교 측 변이었다.
정작 문제는 사건의 ‘내용’이 아닌 사립대란 ‘형태’ 탓에 인권위에 호소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던 권기홍 동국대 총학생회장은 “사인(私人) 간의 문제라 조사가 어렵다고 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해야 한다는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전체 대학 중 사립대 비중이 압도적이고, 사립대가 국립대에 비해 등록금 결정 권한이 큰 점을 감안하면 인권위가 국립대 문제만 다루는 것은 아이러니에 가깝다. 형평성 논란도 제기될 법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물가 관리 명목으로 사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를 내리는 데 반해 인권위는 사립대에 ‘권고’조차 할 수 없는 점이 그렇다.
공공기관을 규정한 국가인권위원회법(이하 인권위법) 자체에도 허점이 보인다. 인권위법 2조 6항은 공공기관에 고등교육법에 의해 설치된 각급 학교를 포함시켰다. 이에 따르면 고등교육법상 설치 학교인 사립대는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대해 인권위 측은 “2조 6항의 ‘고등교육법에 의해 설치된 각급 학교’는 앞선 4항(라)의 성희롱 행위에만 적용된다”고 해명했다. 성희롱이 일어났을 때에 한해 사립대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인권위법 2조 4항(다)에서도 ‘교육시설’에서의 교육이나 이용과 관련해 특정인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차별행위로 명시했다. 성희롱 행위 관련 후속 조항이 아닌 이 내용대로라면 교육시설은 인권위 조사 대상에 속하고, 일반적으로 교육시설에는 국·사립대 모두 포함되므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국·사립대를 막론하고 등록금은 공적 성격이 강한 일종의 공교육비로 봐야 한다”며 “단지 사립대라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 등 과도한 물가 인상에 제한을 두는 법에 저촉된다면 사립대 케이스라도 문제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