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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구직자 ‘두 번’ 울리는 청년인턴제
“구직자 아닌 기업을 위한 제도”
노동부·기업 모두 홍보 불충분해
횟수 1회로 제한, 구직자 발 묶어

#김 모 씨(27세 여)는 정규직 전환을 꿈꾸며 음식 관련 업체에서 디자이너 인턴으로 4개월 일했다. 그러나 김 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가 자신을 정규직으로 바꿔줄 계획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회사는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6개월마다 계속 청년인턴을 뽑아 쓸 계획이었고 정규직을 기대했던 김 씨는 회사를 박차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계명대를 졸업한 여진동 (미생물학과 10졸) 씨는 지난달 천당과 지옥 사이를 오갔다. 최종합격한 기업에서 여씨가 기억도 못 하는 이전 청년인턴제 경력을 문제 삼아 ‘입사보류’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여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간 일했던 온라인광고마케팅 회사에서 ‘회사에 도움이 되니 써 달라’고 내밀었던 서류가 자신의 발목을 잡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황 모 씨(28세 남)는 청년인턴제를 통해 A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A사의 업무여건은 황씨가 생각하던 것과는 너무 달랐다. 이직을 고려하던 황 씨는 B사에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정규직을 뽑던 회사가 올해부터 청년인턴제를 이용해 신입사원을 뽑겠다고 공고를 내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황 씨는 이미 청년인턴제 기회를 썼기 때문에 B사에 지원조차 할 수 없었다.

 

청년미취업자를 돕겠다고 고용노동부(노동부)가 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청년인턴제(청년인턴제)가 도리어 청년구직자를 울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노동부가 주관하는 청년인턴제는 실시기업에서 만 15세 이상 29세 이하의 청년미취업자를 인턴사원으로 채용하면 6개월간 약정임금의 50%를 정부에서 보조하고, 인턴 기간이 끝난 후 정규직으로 채용할 때는 6개월간 월 65만 원씩 지급하는 제도다.

 

■ 청년구직자 아닌 기업에 유리한 사업 = 청년인턴제는 ‘청년구직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을 위한 사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시기업은 채용한 인턴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 의무가 없고 약정기간만 채우고 자르면 아무런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턴사원은 정직원이 될 때까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청년인턴제를 시행하는 기업들이 취업공고에 청년인턴제 채용인지 밝지 않는 것도 문제다. 위 사례의 당사자들도 청년인턴제라는 것을 모두 회사에 들어가서야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공고에 명시가 안 돼있거나 그냥 ‘인턴’이라고 한 곳도 있었기 때문이다.

 

여 씨의 경우 지난해 들어간 C사를 정규직이라 철석같이 믿었다. 대학 취업설명회를 통해 알게 된 회사였고 회사와 대학 모두 ‘정규직’이라고 소개했기 때문. 여 씨가 입사한 지 일주일쯤 지났을 때 회사 간부가 상세설명 없이 ‘회사에 도움이 되니 작성해 달라. 나중에 불이익은 전혀 없다’며 서류를 내밀었다. 여 씨는 그저 회사에 도움이 되고자 서류를 작성했고 2개월 후 C사를 떠났다. 여 씨는 한 달 후 청년인턴제를 시행하는 D사에 지원했고 D사는 여 씨에게 합격통보를 했다가 청년인턴제 경력을 문제 삼아 ‘입사보류’라고 밝혔다.

 

여 씨는 그제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청년인턴제에 가입된 것을 알게 됐다. 여 씨는 “고용센터, 노동부에 전화했더니 C사에서 서류를 작성했으니 해결 방법이 없다며 서류를 꼼꼼하게 안 본 게 잘못이라는 이야기만 들었다”며 “필수사항인 사이버 교육을 들은 적도 없는데 아이디가 만들어져 있었고 개인면담을 한 적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실시기업에 대한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노동부는 고용센터와 운영기관을 지정해 청년인턴제 사업운영을 지도 관리하게 하고 있지만 인력부족과 허술한 관리로 실시기업의 청년인턴제 악용을 부추기고 있다.

 

■ 오직 한 번뿐이라고요? 청년인턴제 홍보 부족 = 청년인턴제의 횟수가 1회로 제한되어 있고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노동부는 사업의 시행지침을 통해 ‘청년 미취업자에게 취업능력 개발과 경력형성 기회를 제공하고 적성에 알맞은 정규직 일자리 취업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구직자 입장에서 청년인턴제를 통해 한 번에 정규직이 되지 못하면 도리어 취업의 길이 더 막혀버린다
. 청년인턴제는 규정상 해당 사업에 한 번이라도 1개월 이상 참여한 자는 제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정이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는 점도 구직자가 천금같은 기회를 날려버리게 하는 원인이다.

 

황 씨는 청년인턴제를 통해 일하던 A사의 일이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아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 B사가 취업 공고를 낸 것을 보고 지원하려 했으나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다. B사가 기존에 정규직을 바로 뽑던 채용방식에서 올해부터 청년인턴제를 통해 뽑겠다고 발표했기 때문.

 

황 씨는 “회사가 청년인턴제 경험이 있던 사람은 (노동부의) 지원을 못 받는 데 어느 회사가 청년인턴 경력자를 뽑겠는가”라며 성토했다.


실제로 지난달 청년인턴제를 통해 인턴을 뽑은 에이스저축은행 채용 담당자는 “청년인턴제는 기업으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는 사업”이라며 “기업입장에서는 노동부 지원을 받기위해서 당연히 지원자격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채용과정에서 배제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동부의 허술한 운영과 횟수 제한으로 청년인턴제는 ‘관련 경력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실업자로 있는 것보단 인턴이라도 소속을 만들고 싶어서’, ‘혹시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줄지도 모르니까’등 간절한 마음으로 지원한 청년들에게 독이 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러 사람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기 위해 기회를 한 번으로 제한한 것”이라며 “몇몇 사람에게 불리한 점이 있지만,  전체 통계자료를 보면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프로그램이다. 해당 문제들은 내부 논의를 통해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윤수경 기자 (skyoon@unn.net) | 입력 : 11-04-25 오전 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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