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교우회장 선출 또 ‘실패’
구천서 후보 인준 투표서 과반수가 ‘반대’
지난해 12월부터 공석 상태인 고려대 교우회장 선출이 또 다시 무산됐다. 교우회장 후보로 당선된 구천서(61, 경제학과 70학번) 한반도미래재단 이사장의 회장 인준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28일 고려대 관계자에 의하면, 교우회는 이날 오후 6시 30분 열린 정기총회에서 구 이사장의 회장 인준 여부를 놓고 투표를 실시했다. 교우회칙에 따르면 최종후보 당선자는 300명 이상의 대의원이 참석한 총회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회장으로 취임할 수 있다.
이날 정기총회엔 총 462명의 대의원이 참석했다. 투표 결과 구 이사장의 회장 인준을 찬성한 대의원은 206명으로 과반수를 넘지 못했다. 반면, 반대는 252표로 과반수를 넘어섰고 4표의 무효표도 나왔다
구 이사장의 인준이 부결됨에 따라 교우회는 3개월 이내에 회장을 새로 선출해야 한다. 교우회 관계자는 “구 이사장의 인준이 부결돼 회장 선출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교우회칙에 명시된 대로 향후 3개월 내에 모든 회장 선출 과정을 마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우회에선 그동안 회장 선임 시 최종후보 선출이 사실상 신임회장 당선으로 여겨져 인준 투표가 생략되는 게 관례였다. 이날 교우회가 이례적으로 인준 투표를 실시한 것은 고려대 동문들 사이에서 구 이사장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잇따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당수 교우회원들의 자진 사퇴 요구에도 구 이사장이 “사퇴 의사가 없다”고 맞서 투표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실제로 지난 25일 이 대학 7개 단과대 교우회장들은 구 이사장에게 서한을 보내 “만약 기소된 상태에서 교우회장으로 취임한다면, 법적 문제가 끝날 때까지 신임 회장을 지지할 수 없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또 일부 전임 교우회장, 이기택 4월 혁명고대 회장, 민주동우회 등도 성명을 통해 “구 이사장은 법적·도덕적으로 우리의 상징이나 얼굴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교우들의 요구에도 구 이사장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사퇴 요구가 교우회 전체의 의견은 아니다. 법적 문제는 교우회가 아닌 개인의 문제”라며 회장직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해왔다.
한편, 지난 2006년 구 이사장은 자신이 실소유주로 있었던 시큐리티코리아를 통해 비상장사인 누비텍을 우회 상장했다. 이 과정에서 구 이사장은 누비텍의 주식 가치를 부풀려 시큐리티코리아에 수백억원의 손해를 입혔다. 또 회사자금 20억원 가량을 협력 업체와의 거래 등으로 위장해 차명 계좌로 빼돌리기도 했다. 이에 구 이사장은 이달 18일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 받았으나, 기각됐고 이어 불구속 기소됐다.
이와 함께 교우회는 전임 교우회장이던 천신일(68, 정치외교 61학번) 세중나모 회장이 지난해 12월 구속 직전 회장직을 사퇴한 후 현재까지 송정호(69, 법학과 61학번) 전 법무부 장관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이에 교우회는 지난 2월 16일 구 이사장을 포함, 2명의 후보자를 놓고 회장 선출 선거를 진행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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