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찾아오는 입학시즌이지만 올해는 새 정부출범과 맞물려 어느 때보다 더욱 활기찬 모습이다. 각 대학들은 오리엔테이션을 끝내고 새 식구 맞을 채비에 여념이 없다. 새내기들로 꽉 들어찰 캠퍼스는 벌써부터 봄기운의 생기가 돈다.
입학식을 앞둔 대학가에서는 50~60대 만학도를 비롯, 신체장애인 등 각종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합격한 이들이 단연 화제가 되고 있다. 또 서울대 법대 진학을 포기하고 성균관대 의대를 지원한 ‘소신파’ 새내기들도 우리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 '서울대 법대' 학벌 내던진 두 새내기
“대학 간판보다 개인적인 꿈과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김재령 군은 이번 입시에서 국내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 서울대 법대에 합격했으나 결국 성균관대 의대를 선택했다. 공교롭게도 김 군과 함께 서울대 법대에 합격한 고재훈 군도 같은 길을 택했다. 김 군은 “의학에 대한 흥미와 적성을 감안해 진로를 결정했다”며 “사실 서울대 법대에 대한 미련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학벌타파를 위한 서울대 폐교론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우리사회에서 ‘서울대 법대’는 그 자체가 최고 기득권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행보는 가히 파격적이다.
김 군은 “스스로 내린 결정인만큼 후회 없는 대학생활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군은 “‘다른 목적에서 진로를 바꾼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고 있어 씁쓸하다”며 “편견없는 시각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인간 승리의 장애인들
반면 장애의 몸으로 서울대 법대에 합격한 이들도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고아출신 시각장애인 김용광(41) 씨와 50대 중증 장애인 손위용(50) 씨가 화제의 주인공들이다.
김 씨는 두 살 때부터 고아원에서 자라 지난 81년 동국대 법학과에 합격했으나 학비 마련이 어려워 대학생의 꿈을 포기해야했다. 결국 22년이 흐른 뒤에야 대학입학의 꿈을 이뤘다.
김 씨는 84년 망막색소병성과 백내장으로 시각장애(3급)를 겪고 있는 장애인. 학업의 꿈을 버리지 못해 4년전 서울 신촌의 한 고시원에서 잡일을 하며 다시 책을 잡았다. 지난해 연세대 법과에 합격했으나 학비문제도 또다시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김 씨는 “사법고시에 합격해 장애인들과 소외받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손 씨 역시 고등학교 때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중증 장애인. 지금가지 어려운 생활을 해오다 과외를 하면서 틈틈이 실력을 연마, 서울대 법대에 합격하는 영광을 안았다. 손 씨는 “사회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을 보호하고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만학도 / 연소 합격자
청주에서는 중·고등과정을 검정고시로 통과한 50대 주부가 대학에 입학해 화제가 되고 있다.
청주대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한 김옥례(57) 씨는 지난 99년과 2002년 봄 각각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 한 후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김 씨는 대학에서 사회복지 분야을 체계적으로 공부한 뒤 사회복지시설기관에서 활동한다는 계획까지 세워놓았다.
경북대에서는 소방관으로 근무하는 류희정(35) 씨가 예술대학 음악학과에 합격해 만학도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시민들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을 준 것이 가장 보람 있었다는 류 씨는 “자녀들에게 꼭 존경받는 성악가가 되겠다”고 합격소감을 밝혔다.
만학도와 함께 연소 대학생도 탄생했다.
15세의 고의천 군은 연세대 사회계열에 지원,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고 군은 지난 2000년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중·고등과정을 검정고시로 패스한 후 재수(?) 끝에 연세대에 합격했다.
고 군은 “대학생활은 또다른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며 “목사가 돼 기회가 된다면 북한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싶다”고 장래포부를 밝혔다.
● 기타 화제 새내기들
지난해 나이지리아 미스월드대회에 참석, 대회 참가 보이코트를 계기로 많이 알려진 미스코리아 출신 장유경(20) 양은 연세대 이과계열 새내기로 입학한다.
전문대학에서도 이색합격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부산 경남정보대학에서는 부모와 아들, 3명이 나란히 같은 대학에 합격해 눈길을 끌었다. 홍직이(46) 씨와 이순복(41) 씨 부부가 각각 사회복지학과와 식품계열학과 야간에 입학했고 아들 홍정원(19) 군도 이 대학 신소재응용학과에 등록을 마쳐, 3명 일가족이 같은 대학에서 공부하게 됐다.
충북 청원에서는 도의회 박종갑(45)의원과 딸 지숙(19) 양이 각각 주성대학 경찰행정학과와 금융정보학과에 합격했다. 또 충청대학에서는 성은성(37), 신영선(32)씨 부부가 각각 뉴미디어학부와 스포츠외교과에 합격해 같은 학교에서 대학생활을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