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이 사업의 목적을 보면 우리나라의 인문사회분야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가정이 깔려있는 것 같다. 이 가정은 타당하면서도 타당하지 않다. 국제적 차원에서 보면 인문사회과학분야의 학문 양극화는 아주 심각하다. 영어권 국가가 이론 생산국가의 역할을 하고 비영어권국가는 이론 소비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학문 발달 자체가 뒤떨어진 데에 기인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비영어권 국가의 연구자 연구력이 영어권 국가 연구자에 비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연구가 영어로 발표되지 않으면 읽는 사람이 현저히 줄고 인용도 잘 되지 않기 때문인 부분도 있다. 우리나라 인문사회 분야 연구물 중에 국제적으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연구물이 아주 많다. 또한 현재 학자의 연구물만이 아니라 과거 학자의 연구물 중에는 더욱 그러한 결과물이 많다. 따라서 없는 것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쌓아온 것을 세계에 알려서 이론생산국가로서의 위치를 확보하고 나아가 세계의 이론을 풍부하게 하여 인류의 인문사회과학 발전에 기여할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존 학자들의 이미 발표된 연구물과 과거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새롭게 하여 국제학술지에 싣거나 국제사회에 알리는 사업을 BK21 사업에서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제적 인정을 받는 인문사회분야 영문 학술지를 만드는 데에도 전력하기를 바란다. 학문선진국으로 그리고 이론생산국가로 인정받을 때 인문사회분야에도 더 많은 외국학생들이 우리나라로 몰려올 것이다.
둘째, 사업단 구성은 단일대학내의 교수로 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인문사회과학분야 학과의 상당수는 특정영역 교수를 1인씩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학부제로 혹은 융합영역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특정 영역의 연구력을 향상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관련 분야 교수들이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이들이 전체의 인력풀 속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여러 대학이 공동으로 사업을 신청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를 기대한다.
셋째, 사업자 선정을 위한 평가지표에 따른 구체적인 평가 기준과 각각의 점수를 공개함으로써 정부가 원하는 방향을 대학들이 명확히 알도록 하고, 평가자의 주관성을 최대한 배제하여 선정 결과에 대한 잡음을 줄이기 바란다. 또한 각 지표의 평가 기준을 최대한 양화시키고, 양적 기준에 따른 평가 점수는 담당 부서에서 인력을 동원하여 직접 점수화함으로써 평가자의 부담을 줄여 짧은 기간에 객관적이고 타당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배려하기 바란다.
넷째, 이 사업에 모니터링제도를 도입하여 사업 신청 시 신청자가 모니터링 계획과 예산까지 포함시키도록 함으로써 사업 목표 달성을 담보할 수 있기를 바란다. 현행의 중간 및 사후 평가 방식을 취할 경우 기 집행된 예산이 잘못 집행되면 그만큼 국고를 낭비하는 한계를 갖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교육부 차원에서 BK21 사업운영비를 충분히 확보하여 사업의 효과성을 높이고 나아가서는 사업 목적과 사업 내용 그리고 평가 기준 등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기기 바란다. 아니면 과기부나 타 부서의 경우처럼 아예 사업예산 속에 사업 운영 예산을 별도의 항목으로 포함시킨 후 그 사업 운영 예산을 활용해서 사업 집행은 외부 기관에 위탁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 같다.
인문사회과학분야에서 학자가 뭔가 이루어내려면 ‘꼭 해야 하고, 반드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한 후에 매진해야 한다. 인문사회분야 BK21 사업도 이러한 조심성을 가지고 추진되어야 한다. 10년 혹은 20년 뒤에 사업의 성과를 인정받고자 하거든 개인 학자도 교육부도 지금 하고자 하는 것이 ‘꼭 해야 하고 반드시 하고 싶은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하며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