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원인은 크게 학생, 학부모, 교사, 그리고 국가 차원의 교육정책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먼저 학생 차원을 살펴보면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개천에서 어린 용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과거와 달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경제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에 자녀가 약간의 가능성만 보여도 식구가 도시로 이사를 가고, 이 것이 어려우면 아이라도 일찌감치 도시로 유학을 보내는 것이 요즈음 상황이라고 한다.
실제로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경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대도시로 전학 가는 학생이 급증하고, 늦을 경우 중학교때라도 대도시로 전학을 가는 학생이 많다. 이 자료는 소외된 지역에 유능한 학생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비해 그 비율이 크게 줄어들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만일 이 때문에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경우가 드물다면 크게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다른 요인 더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부모 차원을 살펴보면 과거의 개천이라고 일컬어졌던 개천은 개천으로 보였을 뿐이고 실은 실개천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지난 날에는 빈곤층 학부모 중에서 오늘날 교육열이 높은 부모 이상으로 자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부모가 많았고, 실제로 그러한 부모의 자녀가 성공하였다. 즉, 과거 개천은 개천처럼 보였을 뿐 실은 개천이 아니라 개천 아래에 거대한 강이 흐르는 경우가 많아서 어린 용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빈곤층의 경우 생계 유지에 바쁘고, 자녀 교육에 대해 아예 무관심한 비율이 크게 늘고 있다. 또한 과거와 달리 큰 강이 많아져 개천의 용이 뚫고 갈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 자녀를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의 학부모 비율이 크게 높아져 체계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가정의 자녀가 경쟁력을 갖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이로 인해 능력이 있으면서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아이가 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교육열이 과도하게 높은 학부모를 염려하고 있으나, 국가가 더 관심을 갖고 염려해야 할 것은 교육열이 냉각된 학부모이다. 이러한 가정의 자녀를 위한 특별한 관심과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때 말라가는 개천에서도 용이 성장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교사 차원을 보면 과거 교사 중에는 용을 알아보는 교사가 많았다고 한다. 요즈음 교사도 소명의식, 학생들에 대한 사랑, 희생과 봉사 등등에서 과거 교사에 뒤지지 않는 교사가 있으나 직업인으로 행동하는 교사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어린 용을 잘 식별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과거 교사들 중에는 개천 출신이 많아 어려운 가정 아이들을 이해하고 돕고자 했으나 요즈음은 교사의 출신 배경이 바뀌면서 이러한 아이들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 차원의 교육정책도 개천의 어린 용을 고사시키고 있다. 최근 입시 전형 요소는 개인 노력이 아니라 부모의 지원이 중요하도록 바뀌어 가고 있다. 부모가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아도 제 혼자서 학교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었던 시절은 지나갔다.
부모가 수행평가부터 시작해서 봉사점수, 각종 경시대회 등등 점수를 관리해 주어야 하고, 수시모집 요강을 잘 살펴 준비를 시켜주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대학 입시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 용을 식별하여 기회를 주는 비율을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노력해도 역사의 흐름에 비추어볼 때 개천에서 용이 나는 비율은 점차 줄어들게 되어 있다. 그래도 국가는 정책을 통해 그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라도 노력해야 하는데 최근 10여년을 돌이켜보면 개천의 어린 용을 아예 죽이는 쪽으로 정책이 나아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워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