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판결로 한국외대 조선대 대구대 영남대 등 구재단과의 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된 대학들의 정이사체제 전환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상지대 판결은 구재단을 완전 배제하고 정이사체제로 갈 수 있다는 데서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또 국내 처음으로 시민대학이 탄생, 다른 관선대학들의 정상화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획기적인 사건이다.
구재단을 배제하고 국립화, 공영화, 기업영입 등을 추진하는 한국외대의 경우 기업영입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이번 상지대 판결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안병만 총장은 “국립화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밝혀 공영화나 기업영입 가능성이 커다. 한국외대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올 연말쯤 재단 정상화의 큰 가닥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9년째 관선이사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대구대는 이번 판결이 시민대학 모델을 대학구성원들에게 공론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대구대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시민대학 추진 등 재단 공영화 문제를 쉽게 꺼낼 수 없는 분위기였으나 상지대 판결로 이를 공론화시킬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대구대의 경우 최근 이병열 이사 후임에 구재단 인물로 분류되는 김상연 총동창회장이 이사로 들어와 학내 일부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윤덕홍 대구대 총장은 구재단과의 관계설정에 대해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뒤 예우차원에서 구재단 인사도 이사회에 참여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가 총장을 맡은 한성대 행보에도 많은 대학들이 주목하고 있다. 한 총장은 총장 선출과정에서 “설립자를 포함한 공익재단 운영이 가장 좋은 방법이며 이것이 어려울 때는 재력가를 영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성대 한 관계자는 “대학 도서관 등 큰 공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8월 이후 구재단 복귀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한 총장의 개혁 드라이버에 학내 구성원들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한성대의 경우 구재단 내 가족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으며 학내 파벌도 대학 정상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연말 박정희 전대통령의 차녀 박서영 씨가 육영재단을 통해 이사진 복귀를 시도했던 영남대의 경우 최근 다시 구재단 복귀 움직으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이번 상지대 판결로 교육인적자원부는 판결문을 받은 후 14일 이내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수용하든지, 아니면 항소를 해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 판결문을 받지 못해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상지대 정대화 교수(교양과)는 “교육부에서도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며 “교육부에서 ‘대학을 발전시키느냐, 퇴보시키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