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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학생총회 ‘러시’
최근 대학가에 주요대학을 중심으로 학생총회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그동안 학생총회는 소집공고가 뜨더라도 정족수 미달이나 무관심으로 제대로 열리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올해는 학생총회가 성사된 대학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 이 같은 현상은 등록금 인상과 국공립대 법인화 등 학내 민감한 사안이 사회 안건과 밀접하게 맞물리면서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낸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KAIST. KAIST는 지난해 3월 학부생 수업료(일반·차등·연차초과) 폐지와 인하를 골자로 하는 안건을 올려 ‘제1차 전체학생총회 총투표’를 실시했는데, 약 70%의 투표율을 기록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온·오프라인 모두 합쳐 총 2799명이 참여한 학생총회는 투표결과 95.82%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수업료 폐지·인하 안건이 통과됐다. 하지만 대학본부에서 안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경쟁에 내몰린 학생이 잇따라 자살하자 4월에는 KAIST 개교 이래 처음으로 학생비상총회가 열렸다. 학생비상총회에서는 학교정책 결정과정에서 학생참여 보장, 경쟁위주 제도 개혁의 실패 인정을 요구하는 안 등이 논의됐다. 이와 함께 논란이 됐던 차등 수업료제 폐지와 영어강의 손질, 차기 총장 선출 때 학생 투표권 보장까지 토론에 부칠 정도로 광범위하게 논의됐다.

서울시립대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국공립대 법인화 문제에 대해 학생총회를 개최했는데,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진 탓에 총회 성사 충족인원을 넘어섰다. 3월에 열린 학생총회에서 ‘서울시립대 법인화 반대’의제를 956명이 참석한 가운데 756명이 찬성표를 던져 국공립대 법인화 반대로 공식적인 입장을 정했다.

이미 인상된 등록금을 동결로 바꾼 대학도 있다. 경희대는 3월 서울과 국제캠퍼스에서 ‘2011비상전체학생총회’를 열었다. 이날 서울캠퍼스 노천극장에서 열린 학생총회는 약 2000여명의 학생이 모인 가운데 당초 등록금 인상분 3% 중 2%는 돌려받고 나머지 1% 가운데 절반은 정부지원금이 끊기는 차상위계층 학생들의 장학금과 학내 비정규직과 시간강사 지원금으로 사용하기로 한 안건을 가결했다. 경희대 학생총회는 다른 대학처럼 총학생회가 소집한 것과 달리 재학생이 직접발의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총회로 2005년 이후 무려 6년 만에 성사됐다.

총회에 참석한 한 학생은 “학생총회를 통해 학생은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학교에 전달할 수 있다”며 “등록금 문제는 모든 대학생의 문제인 동시에 사회적 이슈이기 때문에 총회에 학생이 많이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와 이화여대는 등록금과 학내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문제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면서 학생총회를 개최했다. 고려대는 등록금 인상으로 학생 불만이 고조된 가운데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문제까지 겹치자 전체 학생총회를 개최해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과 인상된 등록금을 환급하라는 사안을 확정했다. 이화여대도 전체학생총회에서 등록금과 장학금, 학생자치공간,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외대는 17일 비상학생총회가 개최됐다. 노천극장에서 열린 이 총회는 약 900여명이 참석했다. 이 날 총회에서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교비 유용 사태 해명과 총장 사퇴 요구 안건을 결의했다.

박원 총학생회장은 “학교 측에 교비·연구비 유용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며 “별다른 해명이 없어 앞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가에 도미노처럼 번지는 학생총회가 주목 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학생 스스로가 학교와 사회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학내운동은 일부 운동권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에서 등록금이나 학생자치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와 맞물리면서 일반 학생들이 직접 나선 것이기 때문.

한국외대 박원 총학생회장은 “주요대학을 중심으로 학생총회가 성사되는 것은 대학생 의식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라며 “사회운동이 100여명도 모으기 힘든 현실을 감안할 때 각 대학마다 수 백여명의 학생이 자발적으로 학생총회를 위해 모인다는 것은 학생들이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는 의지가 그 어느 때 보다 큰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혁 기자 (blinddance@unn.net) | 입력 : 11-05-20 오전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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