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입사하는 대졸 신입사원들은 영어나 컴퓨터 실력은 우수하지만 실무능력이 부족해 입사후 다시 가르쳐야한다는 것이다. 매년 수 천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S전자의 경우 3~4개월 동안의 신입사원 연수교육에만 1인당 3백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신입사원 연수에만 소요되는 돈이 이 정도지, 제대로 역할을 할 때까지의 시간과 비용을 따지자면 만만치 않은 손실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비판이 나올 때마다 이 모든 것이 대학만의 책임인 것처럼 대학을 몰아붙이고 있다. 물론 사회의 변화와 학생들의 요구에 적응하지 못한 채 과거 학자를 길러내던 프로그램을 큰 변화없이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대학도 있지만, 기업체와 협약을 맺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며 적응을 시도하고 있는 대학도 있다. 하지만 기업체의 이러한 비판을 다른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
즉, 기업체의 이러한 불만과 문제 의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체와 대학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먼저 기업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졸자의 능력이 무엇인지를 직접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기업의 불만을 통해 간접적으로 짐작은 할 수 있었으나, 우리 나라 기업이 대학을 향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신입 사원의 능력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밝힌 예는 별로 없었다. 전경련 등의 단체를 통해 기업체가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사하여 밝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기존 대학을 활용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인력을 직접 길러내도록 하거나 아니면 재교육을 시키고자 하는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 이러한 시도를 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장애물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 그리고 더 본질적으로 특정 기업이 대학의 특정 인력 배출 능력에 대해 어느 정도나 신뢰하고 있는지 등등에 관한 질적 연구를 통해 향후 대학 교육의 변화 방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기업체의 비판과 기대가 타당한 것인지를 밝혀 보아야 한다. 만일 대학 졸업생들이 지식기반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기본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면 이는 대학 교육의 책임이다. 그러나 졸업생들이 특정 기업에 근무하는 데 적합한 실무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한다면 이는 기업의 대학 교육에 대한 인식이 문제인 것이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지식기반사회에서는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기술(know what)보다는 방법(know how), 호기심(know why) 등등을 길러주어야 한다. 만일 대학이 기업체의 직원 연수원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식의 기대를 하고 있거나, 당장 사용할 기술이나 지식(know what)이 결여되어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면 이는 기업의 인식이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것은 단기간의 연수를 통해서 기업체가 가르쳐야 할 내용이지 대학이 가르쳐야 할 것은 아닌 것이다. 만일 대학이 어떤 특정 기업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무 차원의 내용을 가르친다면 그 졸업생은 그 기업체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크게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그러한 실무 차원의 공부를 하느라고 지식기반 사회의 인재가 갖추어야 할 기본 능력을 제대로 갖추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를 하는 기업체는 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졸업생을 취직시키는 맞춤형 교육 형태를 취해야 할 것이다. 기업체 요구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여 대학의 교육과정에 반영해야 할 것은 반영하고, 기업체의 기대에 문제가 있는 것은 지적하여 기업체의 인식을 바꾸도록 할 필요가 있다.
대학이 대학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기업이 대학의 역할에 합당한 기대를 하며 이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때 대학과 기업이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