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선정 결과가 발표된 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에 신청했다 탈락한 대학들은 사업 선정 숫자를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입학사정관제의 빠른 정착을 위해서는 진입장벽을 낮춰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 대학은 ‘정규직 입학사정관’이 당락을 갈랐다고 분석했다. 정규직 입학사정관을 뽑기 어려운 지방대, 국립대, 중소규모 대학에 불리하다는 비판이다.

특히 사업에 선정된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평가지표인 정규직 입학사정관 숫자의 경우 이미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은 인건비가 확보되지만, 그렇지 못한 대학들에게는 부담이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문식 계명대 입학처장은 “입학사정관제 우수대학 부문에 지원했지만 탈락했는데 정규직 입학사정관 숫자가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입학사정관 6명 중 정규직은 없다”며 “학교는 정규직 직원 채용에 신중한 입장이다. 사업에 선정됐다면 정규직 입학사정관 채용이 가능할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상용 한국해양대 입학사정관실장도 “정성평가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데 입학사정관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못해 정량평가 점수가 낮았다”고 밝혔다. 그는 “국립대 특성상 계약직 입학사정관을 실장, 팀장급으로 임명하기 어려워 인사 유연성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며 “직렬 없이 계약직으로 임용하기 때문이다. 직렬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규직 채용을 하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진입을 노리는 대학들의 공통된 불만은 정규직 입학사정관을 채용하거나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 우수대학 부문에 신청했다 탈락한 안양대 박용석 입학사정관팀장은 “인력 인프라 부족 때문에 탈락했다. 정부 지원을 받는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의 부익부 빈익빈 구조가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사업 신규 선정이 어려운 것은 전체 파이가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전체 규모를 유지한 채 ‘인&아웃(in & out)’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실제로 올해 지원사업 선정 결과 선도대학과 우수대학 부문은 탈락한 2개 대학 대신 새로 2개 대학이 선정됐다.

호남 지역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사업에 선정된 60개 대학 면면을 보면 대부분 계속 선정돼온 학교들”이라며 “고작 2개씩 탈락한 자리에 채워넣는 방식이 되면 신규 진입이 너무 어렵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처음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한 세종대는 우수대학 부문에 지원했지만 탈락했다. 모집인원을 14명에서 전체 정원의 10%인 260명까지 크게 늘릴 계획이지만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운 상황. 김준엽 입학처장은 “입학사정관제를 늦게 시작한 만큼 열심히 해보려 하는데 힘이 든다. 인력도 예산도 모두 학교에서 지원받아야 하니 답답하다”고 전했다.

때문에 사업 선정 숫자를 늘려달라는 요구가 잇따랐다. 이와 함께 다른 행·재정 지원사업처럼 대학 규모별, 권역별로 선정하면 입학사정관제가 빨리 정착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이와 관련해 강문식 계명대 입학처장은 “커트라인을 높이기보다 제도 정착을 위해 지원 대학 숫자를 늘려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용석 안양대 입학사정관팀장도 “정부 지원은 대학들이 인프라를 보강해 충실하고 성공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주희 대구대 입학사정관은 사견을 전제로 “학생수 대비 입학사정관전형으로 몇 명을 뽑는지 등 규모 작은 대학들에게 유리한 면이 있다. 영남권에서는 이번에 대규모 종합대가 선도대학·우수대학 부문에 신규 선정되지도 못했다”며 “다른 사업들처럼 규모별·권역별로 나눠 선정하는 방식으로 지표를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new@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