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예산절감 ‘주객전도’
“운영비 아낀다” 명목 하에 교육권 침해
등록금 동결로 인한 대학들의 예산 절감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기세·수도세 등 운영비를 무리하게 절감하다보니 최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할 학생들의 학습권까지 침해 받고 있다는 것이다.
30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는 올해 중앙도서관 도서구입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2011년 서울대 기성회 예산’에서 중앙도서관 예산은 5억7394만원으로 지난해 6억1371만원에 비해 3977만원 줄었다. 서울대 도서관은 이 같은 예산 삭감 액을 메우기 위해 학술도서를 제외한 신간도서 구입을 전격 중단했다.
서울대 도서관 관계자는 “올해 등록금 동결로 부득이 예산이 삭감돼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서울대 진세현씨(물리학과 3)는 “대학이 예산 절감을 이유로 도서 구입비를 줄였는데 학생들 입장에서는 여러 모로 긍정적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서울대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정부가 3년째 등록금 동결 드라이브를 걸면서 예산 절감으로 고심하는 대학들이 많다. 특히 성신여대·홍익대 등은 교육 환경 관련 비용을 줄여 빈축을 사고 있다.
먼저 성신여대는 중앙도서관 서가·열람실을 밤 9시라는 이른 시간에 소등해 학생들의 비난이 거세다.
이 대학 4학년 김유경씨는 “저녁 9시에도 중앙도서관 1층을 제외한 전 층의 전등이 꺼져있을 때가 많다”며 “냉난방도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있어 학생들이 도서관을 일찍 나올 수밖에 없다. 불편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학생들의 불만에도 대학 측은 효율성을 앞세워 시정 계획이 없음을 내비췄다. 중앙도서관 박상철 학술정보운영팀장은 “최근 몇 년간 학생들의 도서관 이용행태를 조사한 결과 장시간 운영을 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돼 내린 결정”이라며 “시험기간에는 유동적으로 도서관을 운영하니 학생들에게 큰 불편함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홍익대는 예산 절감을 이유로 학내 소변기를 자연분해 방식으로 일제히 교체해 학생들이 악취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 홍익대 3학년 오준범씨는 “소변기에 내리는 물도 아까운건지 학교 측이 자연분해 방식의 소변기로 바꿔 악취가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익대 관계자는 “에너지 절약과 예산 절감 차원에서 소변기를 교체하게 된 것은 사실”이라며 “화장실 악취로 학생들에게 불편을 줘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회유했다.
이 같은 대학들의 무리한 예산 절감과 관련, 서울 한 대학 교수는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켜주는 것”이라며 “예산 절감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많은 대학들이 정부 강압에 못 이겨 등록금을 동결한 뒤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결국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며 “정부가 대학들의 등록금 책정에 조금만 덜 개입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박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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