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여대가 위기를 맞았다고 하지만 여대의 필요성은 여전히 크다. 세계 여대들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고 여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위기 없는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여대에서 7일 개최된 ‘세계 여자대학 총장포럼’에 참가한 여대 총장들은 “여대만의 정체성을 보다 단단히 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자”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은 서울여대 개교 5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한국·미국·일본 등 3개국에서 온 7개 여자대학 총장이 ‘21세기 여자대학의 비전과 역할’을 주제로 논의를 벌였다.
△(사진 왼쪽부터) 김영래 동덕여대 총장, 롤라 애드먼슨 미국 윌슨칼리지 총장, 엘리자베스 퀴시 미국 애그니스스캇칼리지 총장,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 이광자 서울여대 총장, 마리코 반도 일본 소화여대 총장, 히루 카가 일본 동지사여대 총장, 헤이지 테라나카 일본 성심여대 헤이지 총장, 이인호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먼저 총장들은 과거는 물론 현 시대에도 여대의 필요성은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롤라 에드먼슨 미국 윌슨칼리지 총장은 “오늘날 전 세계 절대 빈곤층의 70%, 성인 문맹 인구 중 3분의 2 가량이 여성”이라며 “우리가 여성을 교육할 때 그들이 속한 가정·공동체가 강화될 수 있다. 국가 경쟁력이 여성 인력을 교육하고 활용하는 데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부에서는 여대를 과거의 유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대는 여성의 포부와 성취감에 분명 남녀공학보다 훨씬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드먼슨 총장에 의하면 여대 학생들이 △자신감·지도력 △학업 성취 △이공계 분야 학업 수행 능력 등에서 남녀공학 여학생들보다 한층 뛰어나다는 사실이 수차례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입증됐다.
엘리자베스 퀴시 미국 아그네스스캇칼리지 총장도 “여성 교육과 여성권리 향상이라는 여대의 명분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중요하다. 여대가 무언가 독특한 일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여성이 학자나 지도자가 되도록 하는 데에는 분명 여대만의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여대 총장들은 앞으로 여대들이 스스로의 색깔과 역할을 더욱 분명히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여성과 남성이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를 조성하기 위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자 서울여대 총장은 “여성교육의 핵심주체로서 여대의 정체성을 보다 확고히 다져야한다”며 “강한 소명의식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창의적 전문성, 바른 인성과 소양, 봉사와 실천 역량을 갖춘 여성 인재를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총장은 “여대가 가지고 있는 한계와 어려움을 냉철하게 인식하는 과정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특히 여대는 여성들에게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남성과 여성을 조화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헤이지 테라나카 일본 성심여대 총장도 “여대의 역할은 여성에게 통치 권력을 가르치고 지도자로서의 잠재성을 강화시키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여성이 단순히 남성을 대신해 사회 지배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의 가장 좋은 점을 끌어내 성의 지배를 성의 협력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고 밝혔다.
이어 마리코 반도 일본 소화여대 총장은 “여대는 남녀공학 대학과의 차별화를 위해 매력적인 특징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소화여대는 △국제적 관점 △외국어 지식 △정보통신기술 △타인과의 효과적인 의사소통 △문제 파악과 갈등의 해결 △긍정적인 행동 △자아존중 등을 학생들이 갖춰야할 7대 핵심 역량으로 설정해 교육하고 있다.
여대의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서는 세계 여대들 간 협력과 상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은 “같은 생각을 지닌 국내외 여대들이 협력해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을 가진 인재들을 양성해야 한다”며 “돌봄과 배려, 공유에 기반한 세계관을 학생들에게 교육하는 데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설동근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이인호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이연옥 정의학원 이사장, 김영래 동덕여대 총장, 허숙 전 경인교대 총장, 민경찬 연세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 중 설 차관은 “여성의 능력은 곧 국가의 성장 동력”이라며 “세계 여대들이 단순히 여성들이 입학하는 대학이 아니라 각국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써 기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현희·임소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