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생설계전공’ 교육실험 눈길
자유전공학부 설립취지에 부합
서울대(총장 오연천)의 창의성·융합을 바탕으로 한 의미있는 교육실험이 눈길을 끈다. 2009년 신설된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의 ‘학생설계전공’ 제도가 그것이다. 사실상 고시·법학전문대학원 준비반 성격이 짙은 타 대학 자유전공학부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8일 서울대에 따르면 현재 자유전공학부 소속 09학번과 10학번 학생 15명이 학생설계전공을 택해 이수하고 있다. 학생설계전공을 택하면 기존 학과·학부 틀을 벗어나 학생 스스로 커리큘럼을 짜고 각 학과를 넘나들며 강의를 들어야 한다.
의과대학 등 몇몇 전문과정을 제외한 전공을 두루 공부할 수 있어 학문 분과 경계를 허무는 장점이 있지만, 새로 길을 만들어야 하므로 부담감이 크다. 우선 이 전공을 택하면 강화된 기초교양교육에 맞춰 인문·자연과학 두 영역 모두에서 기초능력을 갖춰야 하며 △주제탐구 세미나 △사회봉사 △현장학습 및 자율연구 등 교과·비교과 프로그램을 거쳐야 한다.
학생설계전공은 원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코스라고 만만히 보아서는 안 된다. 기초능력 과정을 통과하더라도 학생설계전공을 택한 이후가 본격적인 고생의 시작이다. 스스로 정한 커리큘럼에 맞춰 여러 단과대학을 돌며 필요한 수업을 듣고 혼자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유전공학부는 종합 지도를 맡는 학부 내 지도교수와 수강 학과에서도 지도교수를 선임해 이들을 돕고 있다. 서경호 학부장은 “학생들 입장에서는 경험도 없고 막연할 것이다. 기존 전공이 정해진 다른 학생들 사이에서 수업을 듣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학부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학생설계전공을 택한 학생들을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울대는 자유전공학부 이름의 학위를 준다. 자유전공학부로 입학한 학생의 전공이 정해지면 해당 학과·학부 학위가 수여되는 다른 대학들과의 차이점이다. 서 학부장은 “서울대는 소속 자체도 그렇고 졸업 때 주어지는 학위도 모두 자유전공학부로 돼있다. ‘거쳐가는 과정’의 개념이 강한 다른 대학들과 비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측은 “학생설계전공은 학생 스스로 새로 길을 개척해 전공을 만든다는 부담감이 큰 게 사실”이라면서도 “변화를 이끄는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학생들에게 적극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전공학부를 설립한 대학들이 최근 학부 폐지·축소나 운영방식 변경 등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반면 서울대는 취지와 목적에 부합한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교육방식을 탈피해 창의성·융합교육을 직접 설계한 서울대생들의 앞으로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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