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은 적립금으로 쏠리는 사회적 여론을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준비’라고 항변한다. 반면 등록금 수입으로 쌓은 적립금을 교육비로 지출하지 않는 데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적립금, 미래를 위한 저축”=8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적립금에 대해 대학들은 미래를 위한 준비라고 주장한다. 조남희 인하대 교무처장은 “개인이 월급을 받아도 한 달 만에 다 써버리는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해 저축도 하지 않는가”라며 “대학이 적립금을 모아두는 것도 개인 호주머니에 넣는 게 아니라 3~5년 후 건물신축 등 여러 사업을 위해 모아놓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 처장은 차라리 불합리하게 적립금을 축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재단의 대학 지원(법인전입금 등)을 의무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국민대 기획처 방영수 차장도 “등록금에서 남는 것은 적립금으로 전출한다”면서도 “대학도 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건물도 지어야 하기 때문에 적립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동헌 홍익대 기획처장은 “적립금은 대학발전이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장래에 쓰기 위해 절약해서 아껴놓은 것”이라며 “만약 이를 등록금 인하에 사용하면, 2~3년이면 적립금이 없어지는데 이게 바람직하냐”고 항변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구성원 합의로 쌓아온 적립금을 향후 2~3년간 입학하는 학생들만 위해서 쓸 수는 없다는 얘기다.
신형욱 한국외대 기획조정처장도 “대학을 1~2년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라며 “대학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적립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오 연세대 기획실장은 “등록금을 낮추기 위해 적립금을 다 쓰면 대학이 발전할 수 없다”며 “만약 대학에 적립금이 없다면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등록금, 교육비로 지출 않고 적립은 문제”=김민구 아주대 기획처장은 적립금에 대해 객관적 입장을 취했다. 그는 “등록금에서 나온 적립금은 써야 되는 게 맞다”며 “실제로 평균 교육비가 등록금보다 더 많이 지출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고 적립금을 계속 쌓아만 둔다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적립금을 나쁘게만 생각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적립금을 무조건 쌓아두기만 하는 일부 대학만 지적해야지 모든 대학을 똑같이 비판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여대 A 기획처장은 적립금 축적 자체를 문제 삼았다. 그는 “대학 적립금이 쌓여있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등록금을 낸 학생들을 위해 시설을 확충하고,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데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 처장도 적립금으로 등록금을 낮춰주는 것에는 반대했다. 그는 “(적립금을 활용, 등록금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은) 졸업생이 낸 등록금으로 후배들의 등록금을 깍아주는 꼴”이라며 “세금으로 저소득층의 등록금을 지원하는 것은 몰라도 적립금으로 등록금을 낮추는 데는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 “정부지원 확충으로 등록금 완화” 한 목소리=등록금 완화방안에 대한 대학들의 주장은 한 목리였다. ‘정부재정지원 확충’이 선결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동헌 기획처장은 “적립금 원금은 건드리지 말고, 이를 투자해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장학금을 확충해야 한다”며 “등록금 완화는 정부 재정지원을 통해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민구 기획처장도 “다른 나라 대학 등록금이 싼 이유는 국가에서 일정 부분을 대주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는 국립대가 있지만 그 수도 적고, 선호하는 대학이 많지 않아 사립대를 택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정부지원을 받는 국립대를 늘리거나 사립대 중 일부를 ‘준국립대’로 키우는 방안을 김 처장은 제시했다. 그는 “대학 인건비 절반정도를 국가에서 지원하는 (준)국립화 대학을 전체의 50% 정도만 만들어도 전체 대학생의 등록금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병춘 경희대 기획처장도 “우선 국고지원금을 늘려야 한다”며 “국고지원금이 해외에 비해 일정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니까 대학들이 계속 등록금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 재정지원이 적은 점이 등록금 문제를 만드는 ‘악순환의 시작’이란 지적이다.
<신하영·김기중·송아영·윤수경·홍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