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대학은 현재 고등교육 진학자의 40%를 교육시키고 있지만, 정작 교과부에 전문대학 관련 전담인력은 4년제 대학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정부의 전문대학에 대한 관심도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유경선 김춘진의원실 보좌관)
“실업자의 78%가 4년제 졸업자인데, 10년 동안 4년제 대학은 수가 늘어난 반면,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학은 오히려 숫자가 줄었다. 국립전문대학은 4년제와 다 통합시키고 2개밖에 남겨두지 않았다. 정부가 직업교육을 살려 실업률을 줄일 의지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승근 전문대교협 기조실장)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공동대표 송인수·윤지희)이 7일 서울 용산구 이 단체 사무실에서 ‘우리나라 전문대학의 현실’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3시간 반 동안 쉬지 않고 진행된 토론회에선 전문대학에 대한 정부의 부족한 지원과 4년제 중심의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또한 전문대학 스스로도 옥석을 가려내는 노력이 부족해 소비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다는 의견과 산학협력에 대한 의지도 모자랐다는 지적이 함께 나왔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온 이승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기조실장은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진학교육’은 존재하지만 ‘진로교육’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정곡을 꼬집었다.
이 실장은 “학생들이 무엇을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지는 생각지 않고 진학과 학력을 높이는 것에만 몰두하는 사회분위기다 보니 2000~2010년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학은 13개교가 줄었지만, 4년제 대학은 오히려 18개교가 늘었다”고 밝혔다.
결국 수요 이상으로 양성된 4년제 졸업자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다시 전문대학으로 유턴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또한 “고등교육에 중심을 잡아야 할 정부 역시 이에 휩쓸려 국립전문대학을 대거 4년제 대학으로 통합시켜 국가가 담당해야 할 직업교육의 몫을 민간에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경선 김춘진의원실 보좌관은 일반대와 전문대의 비교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정부의 지원과 관심 부족을 지적했다.
현재 교과부에 전문대학 관련 업무는 4년제 대학의 8분의 1에 불과한 10명이 맡고 있다. 또한 주요 정책결정을 내리는 정책자문위원회에 활동 중인 교수 75명 중 전문대학 교수는 8%에 해당하는 6명이 전부다. 전문대학의 의사가 정부에 반영되기 힘든 구조다.
유 보좌관은 “정부의 지원 및 관심 부족은 지원액에서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며 “2009년 기준 일반대 학생에 대한 1인당 지원금은 144만원에 달하지만 전문대 학생의 지원금은 53.2%에 불과한 76만7000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태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지원부족에 대한 비판과 함께 “‘학과심의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 선임연구원은 “4년제 대학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전문대학 수업연한에 적합한 간호나 보건계열을 베끼다가 그것도 부족해 피부미용이나 헤어디자인을 4년이나 가르치고 있다”며 “교육비 낭비를 막고 고등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이 세울 수 있는 학과를 정확하게 구분하고 통제하는 학과심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자유토론 시간에는 전문대학의 다양한 발전방안이 제시됐다.
이승근 실장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산학연계 활동을 연결한다면 전문대학과 중소기업이 모두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산업체는 졸업생들의 직무능력이 현장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비난하지만, 정작 자신의 산업체를 개방해 노하우를 공유하고 실습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기업에 혜택을 주거나 관련된 조항을 만들어 준다면 산학연계 활동이 훨씬 내실 있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정 선임연구원은 “전문대학 졸업자들이 자신의 기술만으로도 부와 명예를 모두 얻을 수 있다는 사회인식이 필요하다”며 “직무수준표 작성으로 직무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경제계는 전문대학 출신과 일반대 출신에 대한 조건이 같으면 시장논리가 왜곡된다고 주장한다”며 “직무수준표를 만들어 전문대학 출신들과 4년제 졸업자가 공정하게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성공한 전문대학 졸업자들을 많이 배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들은 공정하고 냉정한 평가를 통해 명품 전문대학을 선정,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어필하는 것도 좋은 발전방안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윤지희 공동대표는 “소비자라고 할 수 있는 학생과 학부모는 어떤 전문대학이 좋은지 잘 모르는 목마름이 있다”며 “우리가 명문대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4년제 대학처럼 전문대학도 그런 대학을 선별해 지속적으로 알려 준다면 학생과 학부모들도 자신감 있게 전문대학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용석 기자 (chojuri@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