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값 등록금에 대한 논란의 열기가 뜨겁다. 반값 등록금에 대한 시각 역시 다양해서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결말이 이루어질 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대학 강단에 서 있는 필자에게는 학생, 학부모 그리고 시민들의 반값 등록금을 당장 실현하라는 외침이 대학교육의 가치가 썩 마땅하지 않다는 항변으로 들린다. 큰 꿈을 안고 대학에 입학하여 성실하게 대학생활을 마친 여러 졸업생들이 반듯한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파왔던 터이다.
우리 사회에서 ‘반값 등록금’ 문제의 근원은 무엇일까? 매우 복합적인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일차적으로 대학의 급격한 양적 팽창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1980년 이전만 해도 10% 미만이었으나 2000년에 80%를 돌파하였다. 불과 20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취학률의 급격한 증가는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안겨 주고 있다. 트로우(M. Trow)는 이미 70년대에 모든 선진사회에서 겪고 있는 대학교육의 문제는 양적 성장과 관련을 맺고 있다고 설파한 바 있다. 그는 대학생수의 증가는 대학교육기관과 대학교육체제 규모의 거대화를 가져오고, 이는 곧 경제적, 정치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대학규모의 거대화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공공재원을 필요로 하고, 이로 인하여 대학교육은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거센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간자본이론은 대학교육이 개인과 사회발전을 위한 중요한 기제라는 신념을 강력하게 정당화하는 기반을 제공하였다. 대학교육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생각은 대학교육의 정원을 확장시키는 핵심 동인이 되어 왔다. 개인에게는 취업, 소득, 지위 향상을 위한 수단의 차원에서 국가적으로는 경제발전을 위한 인력 공급의 차원에서 대학교육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커졌다. 그러나 경제 분야에서의 지속적 성장 없이 대학생의 급격한 증가가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급 청년 실업자 양산이라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대학교육의 가치는 그것의 희소성, 즉 대학의 규모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을 시사 받을 수 있다. 반값 등록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학 구조의 전면적이고 합리적인 개혁을 시급히 추진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본다.
더욱 급한 것은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있다. 여러 대안 중에서 기여 입학제의 도입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이 개진된 바 있다. 기여 입학제는 재력이 풍부한 부모로 하여금 상당한 기부금을 내놓게 하고, 그 대가로 자녀의 대학 입학을 허용하는 제도로서 부족한 대학 재원이 화두가 될 때마다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이 제도의 매력은 거액을 기부한 대가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은 대학 전체의 이익에 기여한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하바드 대학의 샌델(M. J. Sandel)교수가 “대학에 들어갈 기회를 부여할 때의 正義는 대학이 마땅히 추구해야 할 善과 관련이 있으며, 이 같은 생각은 대학 입학을 돈 받고 파는 행위가 부당함을 설명해준다”는 주장을 새겨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진정 공정한 사회를 지향한다면 부족한 대학 재정을 확충한다는 구실로 기여 입학제 도입을 검토하자는 의견이 더 이상 거론되지 않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