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0년 12월 8일 서울대법인화법안의 날치기 통과 이후 교육계는 심각한 진통을 겪고 있다. 국립대 특수법인화에 대한 논의는 문서상 1995년 ‘5.31 교육개혁방안‘에서 출발하였고, 지난 정부에서도 국립대법인화 문제는 논의 대상이 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공립대학 통폐합 혹은 국립대학 운영개편 논의가 중심이었다. 정부는 그만큼 법인화만이 국립대 경쟁력을 위한 해법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MB정부는 지금까지 정부와 교육계의 고민을 무시하고 공론의 장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법안 통과 과정의 비민주성과 절차의 정당성 결여라는 문제점은 차치하더라도 서울대 법인화를 포함한 국립대 법인화에 대해 교수(경북대의 경우 교수 86.9% 반대)와 학생들이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국립대 법인화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대학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재의 국립대 운영 시스템으로서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인사·재정 등의 자율권을 부여해 국립대가 스스로 발전하기 위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 법인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인화는 ‘정부조직으로서 법령에 입각한 의사결정구조’에서 ‘국가로부터 독립된 자율적인 의사결정구조’로 국립대 운영체제를 바꾸는 게 핵심이다. 국립대에 이사회를 설치해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개방형 운영체제로 전환하고, 인사·조직·재정의 운영도 대폭 자율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총장의 리더십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총장직선제도 폐지한다.
국립대 법인화 문제는 향후 우리나라 고등교육체제의 근간을 재구성하는 중차대한 역사적 의제다. 때문에 정치 논리가 아닌 교육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국립대 법인화는 국가보호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지배구조로의 개편을 통해 시장에서 자생력을 키운다는 의도이다. 정부는 이러한 대학지배구조의 개편으로 국립대가 선진화를 위한 자율 토양이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로 서울대 법안(제9조)에서 볼 수 있듯이, 현직 관료(교과부차관, 기재부차관)를 이사로 선임함으로써 국립대 운영의 자율 보장보다는 직접적인 통제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법인화 운영체제도 부분적·외부적 지배방식인 영미계통의 법인화 유형이 아니라 내부자의 실질적인 지배구조이다. 시장지배적 성격이 강한 일본식 유형을 차용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사회나 총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견제 없는 권력으로 확산될 경우 교수의 전문가 집단과의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구조다. 이럴 경우 법인화는 국립대의 공공성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 아울러 법인화 이후 등록금 인상과 기초학문 붕괴 등 국립대학으로서의 본질적인 역할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학의 서열구조, 학력학벌 사회구조, 수도권과 지방 소재 대학의 질적 수준에 대한 사회적 편견 심화, 학문간 계층화 등 대학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과연 국립대 법인화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인지 의문이다.
국립대학을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국립대 법인화와 같은 지배구조의 개편만이 정답일까? 대학의 지배구조와 총장 직선제가 국립대 경쟁력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한다면, 이사회와 총장 추천제를 도입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다수 사립대학은 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지 정부는 그것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다.
대학경쟁력은 지배구조나 총장의 강력한 지도성 발휘가 아니라 재정투자 요인임을 정부는 외면할 것인가? 국립대 법인화가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면 문제점이 가장 적은 대안을 모색하는 정부의 지혜가 필요하다. 교육의 논리로 다시 생각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