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등록금을 최소한 반값으로 (인하)했으면 한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5월 22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말이다. 이 발언으로 사실상 폐기 수준의 ‘반값 등록금’ 정책은 단숨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당론으로 채택될 만큼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특히 황 원내대표로 촉발된 반값 등록금 정책은 지난달 27일 3년 만에 열린 영수회담에서도 이명박 대통령과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 동안 정치권에서 쏟아져 나온 반값 등록금에 대한 ‘화제의 말’들을 정리했다.
황 원내대표의 발언 직후인 23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트위터에 대학생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한 네티즌은 박 전 대표의 트위터에 “이 시대의 대학생과 학부모들이 잘못된 교육정책에 의해 심히 흔들리고 있다”며 “고견을 듣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앞으로 제 생각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꿈을 꿀 수 있고 그것을 열정을 갖고 실현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 믿고 있다”는 댓글로 황 원내대표에 힘을 실어주는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반값 등록금에 대한 박 전 대표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닌 탓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같은 여당이지만 황 원내대표의 반값 등록금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낸 의원도 있다. 가장 먼저 심재철 의원은 5월 23일 “아무리 표가 급해도 우리의 재정에 맞지 않는 ‘표(票)풀리즘’을 내세워서야 나라만 결딴난다”며 “내년 총선과 대선 때문에 대학생에 대한 이 같은 방안을 생각해낸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그런다고 표심이 돌아올지도 극히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도 비판에 가세했다. 정 전 대표는 지난달 15일 중진의원회의에서 “우리 정치인들이 사회를 안정시키기는커녕 앞장서서 어지럽게 한다”며 “이완용을 ‘매국노’라고들 하는데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은 나라를 망치는 ‘망국노’라는 말을 들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황 원내대표 앞에서 나온 탓에 이미 작심하고 내뱉은 말이란 분석이다.
또 차명진 의원은 지난달 16일 “반값등록금 주장, 하는 짓이 오랑캐 같다”고 비판했다. 차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의정단상’에서 한나라당의 상황을 삼국지에 우회적으로 비유하면서 “‘반값 등록금’이라는 혁명구호를 내걸고 당의 완전한 장악을 노렸으나, 하는 짓이 오랑캐와 같다는 안팎의 우려 때문에 힘을 잃었다”며 “백일천하가 되고 말 듯하다”고 예상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달 4일 블로그에 “요즘 등록금이 정말 미쳤다. 해도 해도 너무 비싸고 매년 너무 많이 오르고 있다”며 “딸이 둘이고 둘째가 올해 대학을 졸업했는데 두 녀석 모두 대학 다닐 때 정말 허리가 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 시장의 신고재산만 58억인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수 십 억을 가진 시장의 허리가 휘면 서민은 죽는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야당 보다 여당을 뜨겁게 달궜던 반값 등록금 논란은 이명박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교통정리’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정부가 한번 정책을 잘못 세우면 국가가 흔들릴 수 있다”며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대안을 마련하라”고 사실상 반값 등록금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반값 등록금’이란 용어 대신 ‘등록금 인하’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 2014년까지 30%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한편 야당에서는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지난달 20일 박근혜 전 대표에게 반값 등록금 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점을 의식해 발언한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국회가 대통령의 부속장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의 입장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며 “박 전 대표는 실질적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가진 지도자인데 ‘등록금 완화를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말은 내놓고 행동이 안따른다”고 지적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도 20일 반값 등록금을 두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실제 이뤄질 수 없는 것을 이뤄질 것처럼 치고 나오는 것은 중대한 국민에 대한 사기”라며 “두 당은 머리를 식히고 제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등록금 경쟁을 보면서 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들고 나왔던 농가부채 탕감이 기억난다”며 “그 바람에 농민표를 휩쓸었지만 정작 탕감은 어림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최근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이 반값 등록금이 포퓰리즘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피맺힌 학생들의 절규가 포퓰리즘이냐”며 “등록금 때문에 많은 대학생들이 목숨을 끊고 생활이 피폐해지는데 경제단체눈 반값 등록금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손 대표는 “감세가 투자를 촉진하고 고용을 창출한다고 했지만 그간 대기업들은 얼마나 투자를 했느냐”며 “이제 대기업이 양극화 해소의 주체가 되고, 해결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