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가 발달한 미국 대학에서 '기여입학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곳은 없다. 단지 기부금을 낸 동문 자녀에게 대학 자율적으로 가산점을
부여, 기여입학을 허용하는 사례가 일부에서 관측될 뿐이다.
하지만 입학시점에 가까워 기부금을 내거나, 입학하면서 기부금을 내는
등과 같이 명백히 입학을 위해 기부금을 제공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더구나 지난해 역대 최고액의 기부금을 모은 미국 대학가는 이와 관련된
각종 부작용이 표면화되고 있어 풍요로운 재정 확보가 각종 대학 교육
문제의 열쇠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현재 총 3천4백여개의 대학이 있다. 이들 중 10억달러 이상의
엄청난 기부금을 모은 대학은 34개로 전체의 1%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이들 1% 부자 대학이 차지하는 기부금 규모는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기금 편중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극소수 부자 대학의 '기부금 잔치'와는 달리 미국의 지방 군소 대학들은
정원 부족과 정부의 재정지원 삭감으로 고사 위기에 몰려있다.
이들은 학내의 교과과정을 일부 폐쇄하고 교수, 교직원을 해고하는 등
자구노력을 하고 있지만 매년 한 두 곳의 대학이 문을 닫고 있는 실정.
따라서 이들 대학에게 기부금은 남의 나라 얘기다.
양극단을 달리는 미국 대학의 기부금 모금 실태는 많은 부작용을 불러오고
있다.
보스턴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은 이미 퇴진한 총장이 기금 모금을 위해 현
총장보다 높은 실권을 휘두르고 있고, 펜실베니아 주립대 등 중소규모의
기부금을 모은 대학은 오로지 '기부금 10억달러 달성'을 부르짖고 있어
교육은 뒷전에 방치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새로 선출된 재무장관 출신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총장도 기부금 모금 능력이 주요 선임 기준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10억달러이상의 기부금을 모은 대학은 기금 운영의 투명성과 모금
방법 그리고 대학에 투자함으로써 얻는 부가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모호한
상태.
사무엘 헤이어스(Samuel L. Hayes)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는 "10억달러라는
수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심리적인 수치일 뿐"이라며
"실질적으로 대학 운영에 필요한 만큼 기부금이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일례로 미국에서 가장 많은 기부금을 모금한 하버드대에서는 지난달 대학
내 블루칼러 노동자들의 최저 임금을 보장하라는 교수·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에 동참한 교수들과 학생들은 "부자 대학이 정작 대학 운영을 위한
지출에는 인색하다"며 "엄청난 규모의 기부금은 대체 어디로 갔나"며
대학에 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