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진정한 자유주의자는 결정론자가 아니다. 영원한 정답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가장 근사한 답을 찾아 나선다. 가장근사한 답이란 것은 실현 가능한 것 가운데 비용은 가장 적게 들고 만족은 가장 큰 것을 말할 때가 많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실현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 가운데 하나로서 다수의 지지를 받는 것이 포함된다. 이것은 가장 중요한 조건이기도 하다. 민주적 절차를 정당하게 거치지 않은 해답은 민주 사회에서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실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29일 북한의 군함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우리 함정을 공격하여 침몰시키고 해군 장병 5명을 살해하고 다수에게 상해를 입혔다. 이 문제는 중층적이다.
해군의 전투 수칙이라는 층에서도 문제가 되었다. 이른 바‘햇볕 정책’의 층에도 문제가 되었다. 휴전협정에서 보았을 때 NLL이 유효한 것인가, 남쪽 어선이 먼저 침범한 것은 아니었던가 등의 층도 있다.
어떤 문제는 다른 문제를 깔아 뭉개려는 전략적 의도에서 제기되는 것도 있다. 남쪽의 어선이 먼저 침범했다는 주장이 노리는 것은 북한 해군의 침범과 포격을 덮으려는 의도가 있다. 국방부는 북 해군이 준비된 계획에 따라 침공했다고 발표했다.
북은 왜 이런 침공을 계획했을까. 99년에 당한 비슷한 사건의 복수를 위해서였을까. NLL 자체에 관해 시비를 걸기 위해서? 남쪽의 원조를 더 얻어 내기 위해서? 미국특사의 평양 방문을 저지하기 위해서? 월드컵 성공에 찬물을 끼어 얹으려고? 이런 것이 다 문제다.
앞으로는 전쟁이 날 것을 각오하고라도 응분의 응징을 할 것인가?
오히려 더 퍼 주고 달랠 것인가? 금강산 관광은? 햇볕 정책은? 우리는 저번 서해 교전에서 이런 문제를 새삼 발견하고 있다.
칼 포퍼는 문제 속에는 답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문제를 제대로 다듬는 것부터 해답이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문제와 답을 구성할 때는 도덕, 지식, 대중의 요구 이 세가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그 중에 대중의 요구는 정치적 측면이 된다.
그런데 도덕과 지식이라는 자원은 세속 국가에서는 대학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저장되어 있다. 그리고 대중의 요구는 도덕과 지식에 독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학의 사회적 사명은 궁극적으로 사회가 가진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답이 나올 수 있도록 다듬고 그 다음에는 선택적인 답을 마련하여 그것을 대중이 선택하는 정치 행위에게 넘겨 주는 것이다. 교육 자체는 문제-해답 사이클의 일부분이다.
도덕은 가치에 관한 담론이다. 지금 우리 나라에 걸려 있는 가치의 선택과 혼합 비중문제는 자유, 평등, 통일, 생명윤리, 정직 이 다섯가지에 주로 관련되어 있다.
서해 교전과 관련된 문제는 한 예에 불과하다. 월드컵 때에는 붉은색, 태극기, 대한민국, 축구 글로벌리즘과 민족주의가 문제가 되었다.
장상 총리 임명과 관련되어서는 여성의 권리와 자격, 이중국적 내지 자식의 외국 국적, 거기에 관련된 병역과 의료보험 혜택, 부동산 투자의 도덕성 등이 문제가 됐다.
과학과 윤리의 문제로는 배아줄기세포 배양 문제가 최근 뜨거운 논란에 부쳐져 있다. 한편으로는 불임 등의 치료와 과학 발전이, 다른 한 편으로는 생명은 사람이 조작해서는 안 된다라는 윤리가 여기에 관련되어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아들들은 근본적으로 정직의 문제에 걸려 있다.
대학은 좋은 기회를 만나고 있다. 만발하는 사회적 문제에서 지식과 도덕으로 공을 이룰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이 문제를 잘 다듬고 토론하고 해답하는 기회 말이다.
세계적인 대학이 될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이 기회를 피하거나 감당하지 못 하면 이 기회는 앙화(殃禍)로 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