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교수들의 정치참여는 물론 바람직한 일이다. 교수들은 모든 분야에서 이 나라의 최고 전문 지식인 집단이고 또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국내외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수들은 마땅히 누구보다 먼저 이 나라의 정치에 참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참여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금의 형태는 어디까지나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참여다. 그리고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교수들의 정치 참여는 정당들이 자기네 후보자를 대통령으로 만들면서 거기에 정당의 사활 운명을 걸고 그 필요에 의해서 급조되고 동원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모택동이 자신의 정치권력 유지를 위해 급조해서 써먹다가 내던져 버린 홍위병처럼 그렇게 필요할 때만 써먹히다가 물러나는 정치참여라면 명예만 더럽히는 일이 아닌가? 물론그중 일부는 선거후의 출세까지 바라기도 한다지만.
교수는 명예를 지키고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교수는 부르면 불려가고 안 부르면 부르기를 기다리는 권번 기생이 아니다.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이 본분이요 그 다음에 주체적으로 전문적 지식과 창의성과 올바른 비판적 정신을 발휘해서 국민의 여론을 선도해 나가는 정치참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교수들은 정치인들에게 끌려 다니기는 해도 당당한 주체적 자발적인 정치 참여는 매우 미약하다. 그 동안 이 나라에서는 온갖 황당한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정치판은 최하수준인데도 이에 분노하며 현실에 참여하기보다는 그 최하수준에 함께 빠지는 참여이거나 아니면 관망하는 자세를 취해온 편이다.
4·19 때처럼 거리로 나가지는 않더라도 그렇다. 매스컴을 통한 자기주장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한 참여지만 주요 일간지의 요청에 의한 교수들의 칼럼은 그들의 편집 의도에만 따르는 경향이 짙다.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이 나라의 최고 권력기구, 그 오만으로 자주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하고 선동해온 언론매체의 입맛에서 교수들의 기고문은 때때로 빈축을 사기도 한다.
이 나라에서 그래도 최고의 지성으로서 존경받고 늘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강단의 높은 자리에 서야 하는 교수들은 요즘이야말로 진정한 정치참여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