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세칭 명문 고교도 아니고 지방의 상고 출신이 계속해서 대통령이 된 것은 기이한 현상이다. 왜냐면 한국사회는 학벌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냥 학벌만이 아니라 어느 대학이냐 하는 서열주의가 철저하게 따라붙는 학벌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 태어나면 이것은 누구도 피할 수없는 운명이며 그것이 마치 계급을 가르는 신분증처럼 끊임없이 따라 붙는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가 김대중이나 노무현을 국가 최고 통수권자로 뽑아 왔다는 것은 정말 기이한 일이 아닌가?
이분들의 학벌이 끝에서 몇 번째가 되는 지는 잘 감이 잡히지 않는다. 상고 다음의 학벌이 이력서에 적혀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우리 사회에서는 별로 알아 줄만한 학벌은 아니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은 흔히 상고출신이라고 불려지고 있으며 그 이하는 생략해 버린다. 그러니 겨우 상고학벌 출신이 계속해서 대통령이 된 것은 참으로 기이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것이 왜 통수권자 선출에만 예외적으르로 적용되고 기타는 학벌주의 만능 사회인가?
대학을 나오지 말아도 좋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학벌은 높을수록 좋다. 온 국민이 모두 일류대를 나오면 더욱 좋다. 다만 한국식의 학벌주의는 안 된다. 그것은 사회발전을 가로 막고 많은 사람들의 정당한 기회를 박탈하기 때문이다.
졸업장에 의해서 증명되는 학벌은 참된 지식과 교양과 기술의 수준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한국의 학벌은 그것과 다분히 일치하지 않는 경향이 많다. 우선 서열주의가 문제다.
세칭 일류대와 그 이하의 대학의 서열은 입학생들의 수능고사점수 순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학생들의 입시공부가 고교의 정상적 교육을 외면하고 있는 이상 지금의 대학서열은 진정한 실력평가의 기준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이런 서열주의적 학벌주의는 이 나라에서 필요로 하는 진정한 실력자를 끊임없이 밀어낸다. 그리고 고액과외공부를 시킬 수 있는 부유한 계층이 일류학벌까지 대물림하는 경향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결국 이것은 편법에 의한 새치기 세상이 되어 가는 현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언제까지 우유부단하게 이런 모순을 안고 살아 갈 것인가? 그뿐만 아니라 지금의 입시제도는 올바른 인간성 교육을 망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비인간화를 초래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 문제는 교육부가 새로 임명된 장관과 함께 시급히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무도 못한 그것을 새 정부는 얼마나 해낼 수 있을까?
새 정부가 해내지 못할 것이라면 우리가 상고 출신을 두 번이나 대통령으로 뽑고 있듯이 잘못된 서열주의를 깨뜨리고 진정한 학벌을 존중하는 사회는 우리 국민이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