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그러나 누가 아무리 제 재주로 재벌이 되더라도 민주사회의 헌법질서 마저
배반하는 특권자가 될 수 없으며 어느 누구도 그 밑에서 기본권마저
박탈당하며 살 수는 없다.
그런데 연세대에서 온갖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계속 강행의 뜻을 밝히고
있는 기여입학제라는 것은 바로 그 헌법에 명시된 원칙마저 무시하자는 것
아닌가?
연세대 민경찬 교무처장은 공개토론장에서 이 제도의 당위성을 여러 가지
이유로 역설했었다. 그리고 이어서 김우식 총장은 학내 교직원
1천8백여명에게 이 계획의 강행 의사를 다시 밝히며 이해를 촉구하는
편지를 발송했다.
그러나 어떤 설명이나 사후 변명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입학공개입찰제"의
핵심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결국은 20억원 이상의 기부금과 입학
합격증을 맞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기여"에 대한
"보은"이라고 미화하고 있다.
실제로 돈 낸 사람에게 물건 내주는 거래인데 무슨 보은인가?
경제난에 허덕이는 대학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변명할 여지라도
있다. 그런데 연세대는 국내에서 최고를 다투는 부자대학이다.
연세대는 99년 현재 법인과 학교 양쪽의 누적이월적립금만도
2천3백44억4천만원이다. 전국사립대학중 2위에 속한다. 그리고 지난
4년간의 국고보조금 4백44억7천여만원은 사립대 중 최고치다. 또 99년
1년간 개인과 기업으로 받은 기부금 5백82억원도 사립대 중 최고다.
이런 최고 부나대학이 매년 1천6백억 이상을 또 합격증과 맞바꿔
주겠다니?
물론 돈이야 학교 발전을 위해서 쓰는데 한계가 있을 리 없겠지만 그것이
과연 이 나라 발전을 위해서 이 대학이 해야할 일일까?
이 나라는 특수한 학벌주의가 판치는 곳이다. 실력보다 학벌만 쳐준다는
학벌주의만이 아니라 세칭 일류대 출신들이 미련한 학연주의를 배타적
울타리를 치고 공정한 경쟁을 막고 부와 권력을 독점하며 과거 봉건사회의
계급적 모순을 재현해 나가고 있는 것이 이 나라 학벌주의의 특수성이다.
그런데 이런 일류 명문대는 누가 가고 있는가?
지난 4월 대통령에게 보고된 교육부 조사자료에 의하더라도 그들은 주로
비싼 과외를 하는 부자집 자식들이다.
이미 여기서부터 교육의 균등기회라는 국민의 기본권과 사회적 정의는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런데 20억 기여입학은 그나마 과외 공부라는 노력마저 생략한 자들이
일평생 명문대 출신의 프리미엄 특권을 누리며 이 사회의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게 만들고 보통 국민을 억울하고 서럽게 만드는 것 아닌가? 이것은
설립자 언더우드의 건학정신에는 어긋나는 타락의 길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런 일 때문에 균등한 교육 기회를 잃고 공정한
실력경쟁의 기회를 잃는다면 우리는 이 사회에서 정직하게 세금 다 바치고
국방의 의무까지 다 하며 나라를 지킬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나라의
법까지 개정하여 이를 강행하려는 오만을 왜 부려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