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김용백<전국대학노동조합 위원장>
그 동안 사회의 지평에 떠오르고 가라앉기를 반복하던 대학의
기여입학제도에 관한 논의가 명망 있는
한 사립대에 의해 20억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노동조합으로서 또한 대학의 한 구성원으로서 몇
가지 기준점을 통해 접근하고자 한다. 먼저 결론부터 내린다면 우리는
현재의 관점에서 기여입학제는 허용될 수 없는 제도로 인식하고 있다.
혹자는 일부 외국의 사례를 찬성 논리의 근거로 삼고 있으나 이는 우리
사회의 교육에 의한 차별적 구조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긍정적인 면보다
계층간 분화와 갈등의 양상으로 발전하는 등 부정적 역할이 클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우려에 따라 제기하고자 하는 몇 가지
핵심적인 반대 사유는 이렇다.
첫째는 아직 우리 사회가 이름 있는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사회의
기득권층에 진입하는 제도적 장치
로서 기능하고 있는 현실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조사에서 서울대에 입학한
신입생의 70% 이상이 중산층 이상의 자녀이며, 50%에 가까운 신입생이
전문직(의사, 변호사, 교수 등)의 자녀라는 통계가 밝혀졌다. 이 통계의
의미는 이제 우리 사회가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신화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 상황이 되었음을 뜻한다. 즉 많은 투자가 소위 명문대학 입학을
보장하고 또 명문대를 졸업하는 것이 부의 세습으로 이어져
확대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대학이 기여입학제를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 발전을 위한
투자 재원의 부족 때문이다.
우리는 그 현실을 인정한다. 대학이 졸업장이나 주는 교육기관이 아닌 제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그 재원의 대부분은 학생들이 납부하는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왜
국가는 국가발전의 토대인 교육에 대한 투자를 등한히 하는가? 국가는
즉시 교육재정을 GNP 6%로 확대하고 대학교육에 더 많은 예산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립학교 법인은 등록금과 국고지원에 의존하는 현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여 대학에 투자를 늘리기 위한 수익사업 확대, 운영구조 개선 등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셋째, 기여입학제도는 그렇지 않아도 서열화 되어 있는 대학의 줄세우기를
더욱 노골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학을 돈의 액수로 서열화한다는
사실은 비극적인 미래이며, 이를 통해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얼마짜리
인간으로 상품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중소대학이나 지방대학은
완전히 소외되어 도태될 수밖에 없고 이런 분위기에서 학문의 다양성도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학 설립자나 법인이사, 총학장 출신의 자녀를 기여입학자로
허용하는 문제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반대한다. 대학발전의 기여를 세습하여
인정한다는 것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참으로 한심하다.
이제 더 이상 이런 저런 이유로 불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들려는 불온한
생각과 이를 유포하는 불온한 세력이 사라져야 우리 사회가 좀더 건강하고
밝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대학을 살리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모두가 심사숙고하고 대학발전을 위해 맡은 바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