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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영어 격차의 시대
요새 젊은 부모들의 자녀 교육 서두는 품을 보건대 2000년에 들어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부터는 그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 쯤 영어로 말하고 듣고 읽고 쓰고 생각하는 데 아무 불편이 없어질 것 같다.

2015년경이 되면 국어와 영어 2개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그런 사람들의 첫 세대가 배출될 것으로 보인다.

아니, 그 시기는 더 빨라질 것이다. '영어의 바다에 빠져라'라는 제목의 책이 나온 후 이 말은 꽤 자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러나 영어의 바다에 빠지려는 아이들은 별로 없다. 다만 지금 세대는 인터넷의 바다에는 스스로 또는 친구들이 서로 등을 떠밀어 빠져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인터넷의 바다가 곧 영어의 바다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저 번 월드 컵 때, 이탈리아의 네티즌들이 자기네 나라 팀이 한국에 패하자 인터넷 위에다 심판불공정유착설을 제기하고 나왔다. 그들은 이탈리아 말 대신에 영어로 이것을 올렸다. 인터넷의 메시지들은 세계 전체를 상대로 하겠다는 의도를 원초적으로 깔고 있기 때문에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하다.

영어는 인터넷과 상승(相乘)작용을 벌이면서 세계의 언어가 되어 가고 있다. 앞에 말한 이탈리아 네티즌들의 참소(讒訴)를 세계 최대의 인터넷 강국을 만들어 내고 있는 한국 네티즌들이 맞받아 치고 나오지 않을 리 없었다.

CNN 방송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 한국을 옹호하는 한국 네티즌들의 열렬한 대항 의견이 쇄도하였다. 물론 영어로 낸 의견들이다. 인터넷의 바다에 빠지면 그것이 영어의 바다가 되는 것에는 이런 내막이 들어 있다.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가 정보화․세계화 시대에는 문화, 경제, 사회, 정치, 이 모든 분야에 걸쳐 발전을 가로 막는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거대하게 등장하였다. 이 격차는 나라 사이, 세대 사이, 그리고 사회부문들 사이에 존재할 수도 있다. 공교육과 사교육 사이에도 존재할 수 있다. 디지털 격차를 메우지 못 하면 그 부문은 낙후하고 만다.

내가 보기에 지금 우리 나라 공교육 부문에서 일어 나고 있는 교실 파괴나 학교 파괴의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는 공교육이 사회의 다른 부문이 요구하는 교육 수요를 충족해 주지 못 하고 있는 데 있다.

교육을 흔히 말하는 것처럼 지육(知育), 덕육(德育), 체육(體育) 세가지로 보았을 때, 특히 공교육은 이 세 가지 교육을 수요자의 요구가 있기 전에 그 품질과 수량을 결정하는 권위를 가진 공급자로서 지난 수백년 동안 군림해 왔다.

이전에는 각급 학교가 공급하는 교육 이상의 수요는 사회 어느 부문에서도 거의 발생할 수 없었다. 사회의 지덕체(知德體) 수요는 공교육이 공급하는 수준을 넘지 못 하도록 재단되어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것이 인터넷 시대에 와서 혁명적으로 그리고 가속적으로 와르르 무너지게 되었다. 교육 수요는 높아지는데 교육의 공급은 질과 양에서 상대적으로 저하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그 가운데서도 인터넷의 핵심적 도구인 영어로 교육 할 수 없는 교사, 자신도 영어로 인터넷을 할 수 없는 교사가 바로 디지털 격차의 요인이 되고 말았다.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영어로 수업할 수 없는 학교와 교사는 몇몇 특수한 과목을 제외하면 디지털 격차의 원인으로 전락했다.

학부모들은 과외, 인터넷, TV를 통하여 자기 자식들이 디지털 격차의 희생이 되지 않도록 영어 교육에 더욱 비중을 두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당히 오래 동안, 예컨대 10년 넘는 기간 동안 학교와 교사는 인터넷에서 학생 보다 못 한 수준에서 뒤쳐져 있게 된다.

이런 학교와 교사가 학생들의 성적을 매기는 권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유지하기 어려운 제도일 것이다. 디지털 격차의 내용이 실은 영어 격차일 때, 학생들은 영어 격차를 메워 주지 못하는 한 공교육 기관을 저버릴 것이다. 영어 격차를 학생들 보다 교사가 먼저 극복하는 것이 공교육 살리기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02-07-08 오전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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