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물론 빈 라덴이 범인이라 해도 그가 서울에까지 탄저균을 보낼 리야 없으니 이런 가상 스토리는 필요 없겠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이곳이 안전지대는 아니다.
우리가 남북으로 쪼개져서 6·25를 겪었고, 아직도 분단국이라면 우리는 여전히 세균전으로부터 안전할 수는 없다. 왜냐면 우리는 50년 전 6·25때 이미 세균전을 겪은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1951년 후반기에 북한군에는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고 그들은 이것이 미군이 투하한 세균탄 때문이라고 그림까지 곁들여 선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 병은 남쪽에서도 퍼지기 시작했다. 훗날의 조사보고 자료에 의하자면 발병자는 한반도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오직 서로 맞붙은 양쪽 군부대에만 확산되어 있었다. 이것이 오늘날 유명한 유행성 출혈열이다.
이 때 미군부대에서는 환자들을 모포에 둘둘 말아서 헬리콥터 밑 착륙 받침대에 매달아 서울 왕십리 후송병원까지 실어 나르기에 바빴다. 이곳은 그 환자들만 수용하던 미군 병원이지만 치료약은 아무 것도 없고 치사율이 높았다.
감염자의 분포상태를 보자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전선만 따라가며 세균탄을 투하하지 않은 이상 있을 수 없는 사태였다.
그렇다면 누가 그 짓을 했을까?
일본군 731부대는 세균전의 생체실험으로 유명했다. 패전이 되자 731부대장을 비롯해서 이 흉악범들은 전범재판을 받지 않고 미국으로 극진히 모셔져 갔다. 그후 그들이 거기서 뭘했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은 그들이 거대한 제약회사까지 운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조사 연구자는 6·25 당시의 유행성출혈열을 미국으로 건너간 후의 731부대와 연관시키며 한반도에서의 세균전 실험설을 제기하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어쨌든 그것은 감염률 때문에 양쪽을 모두 피해자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무서운 것이 세균전인데 부시는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생물무기 금지협정이행을 위한 의정서 비준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1백43개국이 가입하고 이번 11월에 마지막 비준철자를 끝낼 예정이었던 것인데 갑자기 미국이 '우린 안 하겠다' 하고 나자빠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하필이면 이런 미국부터 백색공포에 떨게 되다니.
그렇다면 음지에서 이런 생물무기를 연구하고 제조하는 자들은 누구일까? 그것은 더 말할 것 없이 과학자들이다. 탄저균 페스트균 등을 몇 톤씩 대량 배양하는 유전자재조합기술은 겨우 70년대에 이르러 우수한 과학자들이 이룩한 업적이다. 그리고 그런 기술자들을 장학금 줘 가며 연구실 실험실에서 길러내고 있는 곳은 대학이다.
그러나 이런 과학자들을 무조건 범죄자로 몰 수는 없다. 과학자들이 연구성과를 반인륜적 전쟁에 써먹는 진짜 범죄자들은 국회나 행정부의 권력자들이니까. 권력만 있고 머리가 비면 그렇게 된다. '빈 라덴'보다 '빈 머리'가 더 큰 재앙을 가져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