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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관료 출신 총장들에 바란다
총장직은 그 대학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교수들 중 한 사람이 맡은 것이 과거의 관례였다. 그런데 지금은 국공립대는 다르지만 사립대는 외부인사 영입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그중 두드러진 것은 정부의 고위관료출신을 영입하는 것이다.

전 체신부장관 오명(아주대), 전 해양수산부 차관 홍승용(인하대), 전 외교부 차관 이시영(전주대)을 비롯해서 전 교육부 차관 이원우, 전 행정자치부 장관 최인기, 전 통상산업부 장관 박재윤, 전 건설부 장관 이진설, 전 과기부 장관 정근모, 그리고 전 대검 중수부장 정성진 등이 모두 현재 총장으로 영입된 정부 고위관료 출신들이며 한편으로는 경제계의 최고 경영자 출신들도 영입되어 오고 있다.

대학간 경쟁의식과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고 있고, 국고지원은 대개 국공립대 몫이고 거의 등록금에만 의존해서 대학을 운영해 나가야 하는 사립대로서 이같은 외부인사 영입은 불가피한 추세일 것이다.

총장과 교수는 엄연히 다른 직종이다. 총장은 행정직일 뿐이므로 실제로는 연구하고 가르치는데 필요한 학벌은 없어도 좋다. 대학의 재정을 불리고 운영만 잘 하면 된다.

이런 면에서는 특히 기업을 운영하며 돈 잘 벌고 많은 경험을 쌓아온 최고 경영자가 가장 적격일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의 추세로는 어느 대학이나 정부 고관출신을 더 선호하고 있다. 이것은 경영의 노하우도 중요하지만 권위주의적 관료지배체제의 한국에서는 그쪽에 줄만 잘 대고 있으면 다른 문제도 잘 풀린다는 한국적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 땅에서 대학이 생존하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므로 대학의 교수나 학생들도 비록 낯선 이방인이지만 거리감을 두지 말고 이런 외부인사를 환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영입총장들에게 따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원래 대학 총장 자리는 그 대학 교수들의 몫이었다. 자리는 하나뿐이지만 누가 총장이 되든 그것은 그 대학에서 오랫동안 땀 흘리고 대학을 키우며 정을 쏟아온 교수들의 자리였다. 그 대학의 전통과 학내 사정을 그들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다. 그러므로 외부로부터 영입된 총장은 이로 말미암아 생길 수 있는 상호간의 저리감을 좁히는데 최선을 다 할 필요가 있다. 총장이 아무리 대학의 최고위직이라 하더라도 그 대학의 주인은 교수와 학생, 그리고 오랫동안 함께 몸담아 온 직원들이다. 의붓아비가 아무리 제일 높은 그 집안의 아비라도 자식들에겐 우선 이방인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그 거리감부터 좁히는 것이 도리다.

다음으로 영입총장들은 그 대학 교수들의 학문과 이에 따른 인격을 존중해야 한다. 총장은 교수들에게 행정적 지시를 할 수 있지만 그들의 학문의 세계는 타인이 침범할 수 없는 것이며 그 권위에 따르는 학자적 인격을 총장들은 머리 숙여 존중해야 한다. 학문의 전당에서는 학자가 최고일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

특히 이같은 부탁을 하는 까닭은 이 나라 관료들의 권위주의적 속성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그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고 지금의 영입총장들 대다수가 그같은 권위주의 풍토 속에서 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부질없는 기우라면 천만다행이며 누가 총장이 되든 교수와 학생들 모두가 다정하게 새 식구를 맞이하며 지금 각 대학이 만나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02-03-18 오후 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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