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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더 푸른 꿈을 잉태하자
2002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달력은 이미 3월을 가리키고 있지만 대학으로서는 이 때가 새해 새 아침과 다름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난 2월까지 입시와 졸업 일정을 다 끝내고 지금부터 비로소 새 학년이 되며, 신입생 새 식구를 맞이하고 학교에 따라서는 새 총장, 새 학장, 새 처장, 새 학과장을 맞이하고 새로 부임해 오는 교수들 소개도 받으며 첫 학기 강의도 지금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되는 대학의 첫 출발은 자연의 계절과도 일치한다. 누가 그런 실수를 저질렀는지 달력은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에 정원 초하루를 박아 놓았지만 자연의 새해 첫 출발은 지금이다. 지금부터 뱀도 개구리도 곰도 온갖 벌레들도 기지개를 펴며 긴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온다. 초목들도 딱딱한 껍질을 깨고 흙을 헤집고 얼굴을 내민다.

우수(雨水)가 지나 경칩(驚蟄)이 바로 이 때인 것은 이같은 계절의 첫줄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다. 빗물이 스며들자 개구리가 봄소식에 화들짝 놀라 깬다고 해서 우수에 이어 경칩이 아닌가?

그런데 자연의 첫출발만큼이나 우리 대학도 부푼 꿈의 날개를 펼치려고 가슴이 설레고 있을까?

마지막 한 잎까지 다 떨어지고 새들도 떠나버린 후 엄동설한의 설움을 다 겪던 나무에 새 잎이 돋아나고 꽃이 피고 주렁주렁 열매가 맺히는 나무들을 보면 자연의 생명력은 기적일 수밖에 없다. 헐벗고 견뎌 내던 엄동설한이 얼마나 큰 설움으로 사무쳐 있었기에 그처럼 무서운 야심을 잉태하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 것일까?

그런데 자연에 비하면 우리 대학가 역시 이 시기에 축제 분위기로 설레기는 마찬가지지만 그 열기는 오래 가지 않는다. 즉 학문의 결기가 외국에 비해서 너무 약하다. 이 사실은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왜 이럴까? 원인도 많지만 가장 큰 것은 역시 입시 관행과 학벌주의 때문이다.

한국의 대학입시에서는 솔트레이크에서 미국이 우리 금메달을 약탈했던 것과 똑같은 일이 늘 벌어진다. 부잣집이 고액과외의 반칙으로 남의 일류대 금메달을 약탈하니까.

그리고 일단 일류대, 이류대 순위가 정해지면 그 순위는 평생 따라붙고 변하지 않는다. 이류대생이 4년간 공부로 세계 신기록을 세워봤자 이 나라에서는 서울대 꼴찌 졸업생을 따라잡을 수 없다. 입학 후의 뜀박질은 경기 종료 후의 빈 경기장 돌기처럼 인식하는 것이 우리 사회니까.

고교생활은 입시지옥인데 대학생활이 그렇게 느슨해지는 까닭은 이같은 모순이 가장 큰 원인이 된다.

단 우리는 이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학벌주의가 아무리 위력을 발휘한다 해도 그것은 결코 불변의 원칙이 아니다. 실업교육의 전문대 인기가 나날이 상승하는 것처럼 학벌주의의 허깨비는 실용주의에 밀려서 쇠퇴하는 추세다. 결국 역사는 선진국형으로 가는 것이다. 실력이 바로 경쟁력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어서 더 많이 공부하는 학생으로 바뀌는 것이 현명하다.

남쪽에서는 벌써 매화가 피고 진달래도 피기 시작하고 있다. 그 엄청난 생명력을 우리 대학에도 불어넣자. 그러면서 산과 들이 그렇듯이 우리 대학에도 더 풍성한 열매의 푸른 꿈을 이 봄에 잉태해보자.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02-03-04 오전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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