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유명 대학 학생 커뮤니티가 족보(대학 시험 기출 문제 및 시험 정보) 사용을 부추긴다는 의견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오래 전부터 대학가에 자리 잡은 족보 문화는 일종의 학습 팁으로 인식돼 왔다. 선배가 후배에게 전수하는 시험 노하우 수준이었던 셈. 하지만 서강대 서강인넷(
http://www.sogangin.net/) 등의 학생 커뮤니티에서는 문제 유출에 가까운 시험 정보가 공유되고 있어 정상적인 학습이 아닌 요령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강인넷에는 족보로 인해 중간고사가 다시 치러진 사례가 언급되며 특정 교수의 시험문제의 경우 자료 등록을 금지해달라는 당부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서강인넷의 족보 시스템은 일종의 상부상조 체계다. 족보를 업로드한 만큼 포인트가 쌓이면 그 포인트를 이용해 타인의 족보를 다운로드하는 방식이다. 시험 기간만 되면 족보를 주고 받기 위한 사용자들로 커뮤니티는 북새통을 이룬다. 집단 지성의 변질된 케이스라는 오명을 얻을 수밖에 없다.
서강대에 재학 중인 이모씨(25)는 “족보를 보고 시험을 보는 게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다 보니 오히려 족보를 보지 않는 학생은 시험에서 손해를 본다고 느끼기 마련”이라며 “더욱이 손쉽게 족보를 구할 수 있다 보니 족보를 보는 행위를 더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강대뿐 만 아니라 이화여대의 이화이언(http://www.ewhaian.com), 성균관대의 성대사랑(http://www.skkulove.com) 등 학생 커뮤니티도 족보 공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임모씨(27)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족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선배에게 듣는다”며 “이화이언은 서강인넷처럼 제한이 있는 게 아니라 이대생이면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시험기간이 되면 족보를 많이 본다”고 말했다.
왕규호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족보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겠지만 정보의 불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며 “족보를 접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격차가 날 수 밖에 없다면 족보가 교류되는 것이 올바른 일인지 제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은선·박준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