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이 무렵이 되면 정든 곳을 떠나는 것은 철새들만이 아니다. 대학의 졸업반 학생들도 이제는 모두 정든 캠퍼스를 뒤로 하고 떠나야 할 시간이 다 되었다. 그런데 철새들은 갈 곳이 있지만 대졸생들은 모두 어디로 가나? 지금쯤 그들을 반겨줄 '남쪽나라'의 초대장을 받은 학생들은 몇이나 될까?
작년에는 전체 대졸생 취업률이 56%이었고 금년도 비슷했다. 여기서 자원 입대 해버린 졸업생을 빼면 취업은 반도 안됐다는 얘기다.
그리고 지금의 졸업예정자들은 더욱 어려워질 모양이다. 30% 정도나 될까? 너도나도 입도선매로 미리 팔려 나가던 서울대 인기학과생들도 한숨인데 세칭 일류대가 아닌 곳은 얼마나 힘이 들까?
지금의 이 난국은 IMF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 그때는 대기업들이 너무 방만했고, 30억불의 국민혈세를 남의 나라에 거저 퍼준 대통령도 있었고, 쥐뿔도 없으면서 OECD회원국 만들어 정상회의에 나가 뽐내는 대통령도 있었고, 일간 신문은 국민을 기만하며 그들과 한패가 되어 놀아났으니, 그러다 당한 IMF사태는 남의 나라들을 탓 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은 좀 다르다. 기고만장하던 미국과 일본과 유럽의 백인종 나라들도 다같이 불황이니 우리 혼자만 애쓴다고 잘 되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그러나 이유야 어쨌든 지금의 대졸 실업사태는 더 이상 이대로 관망만 할 수 없는 중대사태다.
우리나라 학부모는 사교육비만으로 8조원을 쏟아 붓는다. 그리고 아이들은 일류대 일류학과를 향해 일찍부터 다른 것 다 내던지고 시험지옥을 겪는다. 온 나라의 부모와 아이들이 오직 취업을 위해 온갖 희생 무릅쓰고 뛰는 셈이다.
그러므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졸업 후 취업이 안된다면 그 좌절감은 말할 것도 없고 그것은 또 엄청난 사회적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은 무엇인가? 우선 대기업부터 해결에 나서줘야겠다.
이 문제는 국가의 책임도 크지만 다른 누구보다도 그들을 채용하는 기업들이 채용자세부터 바꿔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이만큼 큰 기업들을 키워준 공로자들은 누구인가? 막대한 학비에 청춘의 낭만도 거의 잊고 입시공부 취업준비에만 매달리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교문 밖으로 나간 그 젊은이들이 바로 오늘의 기업성장의 원동력이 아니던가?
그런데 대기업들은 당장 필요할 때만 남이 길러준 인재들을 데려가다가 불황 때면 잽싸게 몸을 사리며 '채용 없음'이다. 더구나 구조조정이란 명목으로 가차없이 내쫓기까지 한다.
이 사회에서 그들 때문에 그만큼 얻었으면 그만큼 사회에 반환도 하는 것이 대기업의 사회적 도리요 책임이다. 그렇다면 대졸생들에 대한 채용정책의 기본인식부터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기업발전의 원동력이라면 기본 교육의 책임은 학교가 지더라도 그 후 그들을 받아들이고 보호하고 다시 육성시킬 책임은 기업이 wu야 한다. 그리하여 기업도 넓은 의미에서 교육기관의 연장선상에 있어야 한다. 그들은 결국 기업을 위한 기업의 식구가 도기 위해 대학을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특히 대기업들은 이 시기에 몸만 사리지 말고 좀더 여유를 보이며 실업문제 해결에 나서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