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황새들이 이런 뱁새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황새는 강자니까 체급을 무시한 게임도 그들이 만들고 뱁새들이 경기장에 나오도록 강요한다. 경쟁을 해야 발전도 있고 기회와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선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의 황새들이 만들어 나가는 경쟁규칙 속에서는 경쟁을 안해도 죽고 해도 결국은 죽는다. 다만 경쟁하다 죽는 것은 기를 쓰다 죽는다는 것만이 다를 뿐이다.
이것이 오늘의 강대국들이 만들어 놓은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원리의 정체이며 마침내 이것은 교육에까지 밀려와서 이 나라 교육부의 대학교육 정책이 되고 대학 당국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작은 대학들은 가랑이가 찢어질 위기에 처해 있으며 그렇다고 경쟁을 안해도 살아남기 어려운 처지를 실감하고 있다.
경쟁력은 물론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그것은 때때로 상대를 기진맥진시키고 파멸시키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 좋은 예가 러시아의 붕괴일 것이다.
러시아는 체제 자체도 문제였지만 망한 원인은 그것만이 아니다. 우주 경쟁을 비롯한 막대한 군비 경쟁을 감당하지 못해서 망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경쟁을 유도한 것은 미국이다. 결국 러시아는 미국에 비하면 뱁새에 불과했으며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가 가랑이가 찢어진 것이고 미국은 애초부터 그걸 예상하고 경쟁을 유도하며 즐긴 것이다.
이런 예로 본다면 뱁새들에게 경쟁을 강요하는 것은 결국 기를 쓰다 죽게 만드는 불공정 게임이다.
그런데 이것이 지금 대학간의 경쟁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닐까?
얼마전 모 일류대학 총장실 벽에는 기부금의 액수와 기부자의 이름이 적힌 종이로 빽빽이 도배질이 되어 가고 있었다. 대학의 총장실이 시장논리대로 시장화 해버린 것이다.
물론 기부금은 얼마든지 받아도 좋다. 그러나 그것이 총장의 주 업무가 되고 능력평가의 기준이 되는 것도 문제지만 기부금이 세칭 일류대로만 몰리는 것과 기여입학제에 가장 적극적인 대학에 부자들이 가장 많이 몰리고 있는 사태가 문제다.
여기에 또 교육부의 지원정책이 가세한다. 교육부는 BK 21 사업 등에 의한 막대한 지원금을 서울대를 비롯해서 상위권 대학들에 편법까지 써 가며 편중지원했다. 그러면서 하나라도 세계적인 대학을 만들어 보겠다는 말까지 나왔었다.
바로 이것이 문제다. 작은 대학 다 망하고 세계적인 대학 하나 만들어서 어쩌자는 것인가?
지금의 경쟁논리대로만 나가면 결국 거대한 일류대만 남고 나머지는 소멸할 것이다. 지금 지방의 작은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사태를 보면 이것은 거의 틀림없는 결론이다.
그뿐만 아니라 잘못된 입시풍토로 인한 부유층 자녀들의 일류대 점유율이 기여입학 등으로 더욱 높아질 때 그 일류대는 진짜 일류대일까 가짜 일류대일까?
대학간의 경쟁은 필요하지만 거기에는 반드시 함께 발전하는 공존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어느 작은 대학 하나도 결코 경쟁 때문에 도태되어서는 안된다. 하나만 남고 다 망해도 좋은 소주회사나 자동차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바르게 인식하고 날이 갈수록 더욱 기세를 올리고 있는 기득권자들의 장바닥 논리를 대학에서 추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