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성적 비공개 ‘논란’ 가열
“지방대 홀대 우려” vs “로스쿨 교육 정상화”
학생 반대 우세… 교수 “일장일단 있지만 찬성”
최근 변호사시험 성적을 비공개하는 내용의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16일 대학가에 따르면 로스쿨 교수들은 성적 비공개에 따른 장·단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로스쿨 도입 당시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 형태로 시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던 만큼 성적 비공개를 지지하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법원·로펌 채용에서 출신 로스쿨의 인지도가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기존 사법시험 합격률로 매겨진 법대 서열이 그대로 로스쿨 서열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염려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과거에는 사법시험과 연수원 성적을 갖고 판·검사를 임용했기 때문에 어느 대학 출신인지가 중요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변호사시험 성적을 공개하지 않으면 판검사나 변호사 채용 시 활용할 점수가 없으니 어느 로스쿨을 나왔느냐가 당락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이런 우려는 로스쿨 학생 설문조사에서 확인된다. 개정안 통과 직전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법사위 소속)이 국회에 제출한 ‘변호사시험 성적 공개여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2530명의 로스쿨 재학생 중 1326명(42.4%)이 시험성적을 공개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지방 로스쿨 학생들에게서 성적 공개 의견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설문에 참여하지 않은 강원대·영남대·전북대 로스쿨을 제외한 1126명 설문참가자 중 711명(63.1%)이 성적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충북대 로스쿨의 경우 전체 151명 설문 참가자 중 130명이 성적공개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수도권 로스쿨 학생은 1404명 중 615명(43.8%)만이 시험성적 공개에 찬성했다.
이는 지역 로스쿨 학생들이 ‘지방’이란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는 출구로 ‘변호사시험 성적’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장재현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학생들이 변호사시험 성적을 공개하자는 데에는 학생들의 이해관계가 깔려있다”며 “로펌 등에서 변호사 채용 시 서울의 명문 대학 출신을 중시, 지방 로스쿨을 홀대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 나온 결과”라고 풀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교수들은 ‘변호사시험 성적을 공개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로스쿨 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선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이 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박종찬 강원대 로스쿨 교수는 “만약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되면 부작용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라며 “시험 성적으로 로스쿨 서열이 매겨지기 때문에 학교나 학생 모두 변호사시험에만 매달리게 돼 로스쿨 교육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도 “기존 사법시험은 선발시험이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75% 이상으로 설정한 이상 난이도 자체가 낮아 변별력이 없을 것”고 지적했다. 일정점수 이상이면 변호사 자격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변호사시험 자체에 변별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때문에 로스쿨 졸업생이 나름의 특성화된 ‘스펙’을 갖추거나 심층면접에서 자신의 자질을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되면 법학전공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양한 전공 출신의 법조인 양성’이란 로스쿨 취지에도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뒤따르는 이유다. 장재현 경북대 교수는 “변호사 시험에선 법학전공자가 상위권을 형성할 것”이라며 “법학사뿐만 아니라 비법학사 또한 시험성적이 아닌 자질을 이용해 취업을 많이 해야 로스쿨 취지가 살아난다”고 말했다.
김문현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도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될 경우 로스쿨 교육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했다. 김 교수는 “시험성적을 공개하면 학생들이 모두 변호사시험에 매달리게 되고, 로스쿨 교육도 변시 준비에 올인하게 될 것”이라며 “로스쿨 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성적 비공개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변호사시험 성적 비공개 방침이 확정되기 전, 대학가에선 변호사시험 성적으로 각 로스쿨들의 명운이 엇갈릴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많았다. 첫 회 변호사시험 성적으로 전국 25개 로스쿨의 서열이 정해질 것이란 예측에서다. 이후 로스쿨 실무·특성화 교육이 부실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이번 변호사시험 비공개 방침으로 이런 우려가 일정부분 해소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엔 판·검사나 변호사 채용 시 해당 학생의 출신 로스쿨을 보는 게 아닌, 학생 개인의 자질을 중시하는 풍토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야 시험성적 비공개 방침을 세운 취지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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