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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대학간 경쟁은 원칙을 지켜야
외국 유학에서 돌아온 박사들은 그곳에서 ‘대학의 위기’란 말을 들어 본 일이 없는 모양이다. 물론 그것이 어느 대학이었느냐를 따져야겠지만 우리와는 상황이 딴판인 것은 사실이다.

외국에서도 경영의 위기를 맞는 대학이 있지만 우리나라 대학의 ‘위기의식’은 일류든 삼류든 전반적인 상황이다. 그러면 우리 대학들은 명문대들까지 모두 경영난에 허덕일 만큼 가난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수백억 또는 천억 단위의 이월금을 남겨가면서도 위기의식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의 대학들이 경영면에서 갖는 위기의식은 외국의 경우와는 전혀 다르다.

본사는 이번에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여러 문항 중 대학의 위기의식을 묻는 항목만 특수한 수치를 나타냈다. 다른 문항들은 ‘보통이다’, ‘별로 놓지 않다’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그런데 대학의 위기론에서는 ‘다소 심각한 상황이다’가 전체 응답의 반이 넘고,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가 37%가 넘었다. 그러므로 우리 대학 1백 개 중 90개 정도가 경계경보의 빨간 불이 켜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교육 여건이나 연구여건보다는 재정·경영 여건에서 나타난 수치다.

돈이 부족해서 자칫하면 문 닫을 판이라는 것이다. 사학명문대 중 최고로 치는 연세대까지도 비난의 여론을 무릅쓰고 기여입학제의 애드벌룬을 띄우고 다른 명문사학들도 이 뒤를 따르는 눈치이며 그런 경영 마인드를 갖춘 사람이 1등 총장으로 모셔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의 대학 재정이 외국의 명문대들에 비해서 아무리 가난해도 수십 년 또는 백년 이상 역경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너무도 눈부신 모습으로 바뀌었는데 위기의식이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3년도부터의 고교생 상대적 감소율이 흔히 위기의 원인으로 먼저 꼽히지만 위기론의 본질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과는 상관없이 지금도 정원의 40%밖에 채우지 못한 대학이 10군데가 넘는다.

그리고 교실 현장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40%는 등록율이지 출석률이 아니다. 등록만 해 놓은 다수 학생들이 실제로는 서울의 입시학원에 꼬박꼬박 나가는 재학생들이다. 그들은 거기서 재수, 삼수하면서 일류대 명문대가 받아 줄 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고졸생들이 넘쳐나도 일부 대학의 빈 교실은 여전히 비어 있게 되어있다.

그런데 이것은 세칭 일류대 명문대 중심의 학벌주의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학간의 잘못된 경쟁의식이 사태를 더욱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경쟁해야 발전도 있지만 대학의 경쟁은 누가 망하고 흉하든 상관없는 시장바닥이 아니다.

지방의 어떤 작은 대학이라도 서울 대도시의 일류대가 갖지 못하는 특수한 기능을 지니며 온 나라의 고등교육에 공헌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학간의 경쟁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즉 공존의 원칙이다. 큰 대학들이 부익부 빈익빈의 가속 페달을 밟으며 독주할 것이 아니라 따라오지 못하는 대학들에게도 발전 기회를 줘 가며 뛰어야 한다. 그런데 상위권 대학들이 국가와 기업 등의 지원금도 거의 독식하는 판이고, 여기에 기부금까지 들고 나오고, 정부도 이들의 눈치 살피기에 바쁘다면 이것은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그런 경쟁이라면 그것은 국내가 아니라 외국을 상대로 국가 경쟁력을 살려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02-06-03 오후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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