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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자율화 논의 어디까지 왔나?
대선 때마다 대통령 후보들은 ‘대학의 자율’을 공약한다. 교육부, 사학운영자, 국공립·사립대학의 총장뿐 아니라 교수들도 모두 다 ‘대학 자율’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임을 비추어볼 때 마땅한 조치임에 이견이 없다.

그러나 각자 주장하는 자율의 실제 내용을 보면 다른 의미를 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자율’은 레토릭에 불과하고 자율의 알맹이를 두고 거센 투쟁이 벌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정운찬 총장은 올해 1월 대교협 총회에서 “국민의 세금이 투여되는 일부 사업의 경우 성과는 철저히 평가될 필요가 있으나 교육과 연구, 그리고 이를 위한 대학의 운영에 있어서 대학의 자율성을 신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연구발표를 했다.

획일화된 대학교육의 폐쇄성이 계속해서 도마에 올랐던 것을 감안할 때 누구나 공감하는 자율화의 원론이라 볼 수 있다.

국공립과 사립대 법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학이 원하는 자율의 핵심은 교원 및 학생선발권, 학과설립 및 정원책정, 교육과정 편성권, 기부금·예산편성·등록금 등을 포함한 재정운용에 관한 권한을 망라한다.

사학법인연합회는 “사학 설립자들이 막대한 개인자산을 설립자금으로 투여한데에는 나름의 교육철학과 이념, 장학의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교과과정, 학생선발 등에 재량을 갖는 것은 사학발전을 위한 건강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교권·교육단체들은 생각이 다르다. 사립대의 경우 “한국의 대학구조 하에서 이러한 조치는 사학법인의 독점적 운영만 강화해 더 많은 폐해를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박거용 교수노조 부위원장(상명대 교수)은 “사학재단의 경우 지금도 재정권, 인사권, 규칙제정권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사립학교 제16조에 나타난 이사회의 기능을 보면 △예·결산·차입금 및 재산취득 처분과 관리 △정관변경 △학교법인 합병 또는 해산 △임원 임면 △학교 장 및 교원 임면 △수익사업 등 대학운영의 핵심을 이루는 모든 영역에 뻗쳐 있다.

따라서 사학재단의 독점적 의사결정 과정을 견제할 수 있는 열린 체제로 만드는 조치가 선행돼야만 대학운영의 진정한 자율이 보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현 정부가 인수위 시절 제기했던 교수회·학생회의 법제화가 하나의 방안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현실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는 쪽도 만만치 않다.

국립대의 경우 교육인적자원부는 통제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교수들의 생각은 다르다. 교육조직과 행정조직 등을 학칙에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면서도 직원인사, 자체감사, 예산편성 및 집행관리 등 대학운영에 필요한 실질적 업무에 있어 교육부에서 임명하는 사무국장이 지나친 간섭을 한다고 교수들은 보고 있다.

교육부는 국립대의 자체 개선이나 개혁노력이 수반되지 않는 이상 그들이 원하는 모든 희망사항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

아울러 교수들은 자율을 원하지만 ‘공공성 외면’, 즉 재정지원의 축소로 이어질까 두려워하는 형편에 처해있다.

따라서 국회가 대학의 자율과 책임경영을 위해 만들었다는 ‘국립대학운영에 대한 특별법안’을 두고도 국공립대교수협의회 등이 “국고 지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낮은 반면, 예산 편성권은 여전히 교육부가 쥐고 있고, 지나친 등록금 인상으로 교육 불평등을 조장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일본에서 이뤄지고 있는 국립대의 법인화를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일본은 대학의 경쟁력을 위해서 국립대를 법인화시키고 이전 조치로 일부 대학들의 통폐합을 진행했다.

김동훈 국민대 교수(법학)는 “국립대는 사립대와 동일한 시장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경쟁, 우위를 차지하면서 심각한 부정의와 비효율을 만들어낸다”며 “국립대 법인화를 통해서 자율성과 책임성 강화, 독자적 능력으로 생존과 번영을 도모하기 위해 공정경쟁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실제로 서울대에서도 장기적으로 공익법인화를 검토한다는 소리가 간간이 나오며, 일부 언론은 국립대를 법인화시켜야 한다고 적극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다양한 자율화 논의들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책무성 강화'라는 또 다른 바퀴도 계속해서 같이 달려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운영에 대한 책무성의 한 기준인 법인전입금이 형편없고, 국립대의 개혁노력이 미흡하다는 등의 잇딴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책임없는 자율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광범위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미국의 경우 경쟁력 있는 대학일수록 정부 보조를 대학 간섭의 꼬리표로 보고, 학생 일인당 교육비를 늘려 대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대학의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실감나게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충고했다.

최윤수 기자 (news@unn.net) | 입력 : 03-05-01 오후 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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