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2002년부터는 전문대와 산업대, 50명 이하의 미니대학을 수도권에 설립하거나 증원할 경우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심의를 받게했다.
또 신학대학이 대부분인 대학원대학의 입학생 증원도 수도권정비위의 심의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으며, 특히 전문대·산업대의 신설은 가급적 불허하고 산업대·전문대 학생의 증원 규모도 종전 전체 증원의 20% 범위에서 10% 내로 축소했다.
사실상 수도권 내 대학 신설을 금지하겠다는 정부의 선언이었다.
그러나 이 시행령이 발효된지 불과 1년을 조금 넘긴 지난 3일 건교부는 이 합의를 뒤집어 버렸다. 오히려 4년제 대학을 새로 세울 수 있게 시행령을 다시 개정하기로 한 것이다.
당연히 과다한 대학으로 골머리를 앓아온 교육부는 건교부와의 협의에서 수도권 4년제대 설립 허용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건교부의 수도권 대학설립 관련 정책이 이렇게 급선회한 배경에 대해 김포·파주 신도시 개발이라는 새 변수의 등장과 관련지은 설명이 잇따르고 있다.
우선 이들 신도시를 자족형 도시로 만들기 위해 초·중등뿐 아니라 고등교육 기관의 설립이 반드시 필요했다는 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새로 개발되는 김포와 파주신도시는 80년대말, 90년대초 건설된 분당·일산 등 5개 신도시 이래 최대 규모.
앞선 5개 신도시는 조성 직후 수도권 집값을 진정시킨 공로는 있었다. 하지만 독자적 도시로서의 면모보다 서울 출퇴근자들의 ‘베드타운’에 머물고 말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또 수도권 일대의 교통난을 가중시켰다는 오명도 써야 했다.
정부는 10여년 만에 수도권 집값 안정 등을 목표로 다시 김포·파주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자족형 도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앞선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은 당연한 셈. 즉 업무와 생활과 교육·연구가 교통의 자기완결체계를 가진 신도시 내에서 모두 이뤄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베드타운’으로의 전락을 막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러나 김포·파주를 자족형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계획만 터뜨려놓고 업무지원시설과 교육·연구시설 등의 청사진은 발표가 미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자족형 도시를 위해서는 산업·상업시설의 유치계획, 학교·공공서비스기관 등 지원시설계획, 주택 건설계획의 순서로 설계돼야 한다”며 “분당·일산 등 신도시는 이와 역순으로 설계가 진행되면서 베드타운으로 머물게 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연구위원은 “김포·파주의 경우에도 분당·일산과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결국 이러한 우려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고심해온 건교부가 이번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나름의 응답을 내놨다는 설명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 파주 등지에 조성될 대규모 산업단지도 4년제 대학 설립을 허용하게 된 배경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파주시 일원에 50만평 규모로 조성되는 LG필립스 LCD 공장은 1백억달러의 투자가 이뤄지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재경부와 건교부 등 경제부처의 기대를 듬뿍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지역 한 국회의원은 이 공장을 자신의 지역구에 유치하기 위해 파주 설립을 저지하는 법안까지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경제부처들은 김포경제특구의 성공을 위해서도 이 사업의 성패 여부에 중요한 의미를 둬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청와대 주최의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는 파주공장 조성사업을 의제로 삼아, 허용방침을 정하고 정부 차원의 합동전담반을 구성, 투자와 관련된 모든 행정절차 및 일정 등을 총괄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와 정부는 수도권개발 규제와 군사보호구역 규제 등 공장 조성과 운영에 걸림돌이 돼온 제도의 변경을 첫 번째 과제로 다뤄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