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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신뢰 "서강대 어디로 가나"
서강대 재단의 비리의혹을 둘러싸고 갈등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학교측이 오 전 기획처장과 교수회에게 교무위원회에 참석해 모든 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자고 제안했다.

이로써 학내 갈등의 한 축인 재단과 오 전 처장, 또 다른 구도인 재단과 교수회 간 대립이 일괄 해결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그러나 교수회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미 총장선출제 개선 등의 논의에 있어 여러 차례 교수회와의 합의를 어긴 바 있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

교수회는 학교측에 보내는 답신에서 “교수협의회 대표를 교무회의에 초청한 의도의 진지성을 의심치 않을 수 없고, 교수들의 여론을 오도하고 발등의 불을 끄고자 하는 미봉책이 아닐까 의구심이 든다”며 불신을 나타냈다.

따라서 △교수회를 서강대 공식기구로 인정하고 △지난 1년간 교수회와 재단·학교측이 한 약속을 지켜야 하며 △앞으로 교수회와의 합의사항을 학교의 공식 방침으로 삼을 것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다.

현재로써 이러한 조건을 재단이 수용할 가능성은 적어 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교무위원회가 열릴 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남은 비리의혹

이번에 학교측이 애써 무시해오던 교수회와 오 전 처장에게 이 문제를 함께 논의하자고 요청한 것은 재단과 학교측이 이 문제가 가져올 파장을 몹시 부담스러워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일 오 전 처장이 작성한 재단의 비리의혹 진술서가 공개된 이후 재단측은 의혹사실들은 오 전 처장의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부인해왔다.

비리의혹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지난 10일 비리의혹를 해명하는 경위서를 재단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러나 이 경위서의 내용을 오 전 처장이 집요하고 구체적으로 반박하면서 해소는커녕 의혹만 부풀리는 상황이 됐다.

이 과정에서 의혹의 초점은 동문기금 전용문제, 이에 따른 동문회관 건립시 교비의 추가 투입, 이사장 명의로 작성된 세금계산서 등으로 압축됐다.

●남겨진 의혹의 쟁점들

◇“동문기금 BK21 전용은 정당했다?” = 처음 재단측은 “동문기금은 예정대로 교비 회계로 입금했다”며 동문회가 동문회관 건립기금으로 학교에 기부한 돈은 모두 제대로 쓰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문회관 건립을 위한 목적기금으로 전달된 40억원 중 상당액이 이 대학 영상대학원의 BK21 대응자금으로 쓰인 것이 밝혀지면서 재단 관계자는 “교육부가 영상대학원 BK사업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자 당시 기획처장이던 S교수가 40억원의 일부를 BK로 돌려줄 것을 요청해 불가피하게 승낙했다”고 S교수에게 책임을 돌렸다.

S교수는 이러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동문기금의 BK 전용은 교육부 지침이나 기부금 관련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S교수는 “BK21 관리운영지침에 보면 법인전입금과 학교발전기금으로 BK21 대응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또 “당시 동문회가 기부한 40억원은 목적기금인 건립기금이 아닌 ‘학교발전기부금’으로 돼있었기 때문에 (기부금)법적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BK21운영지침과 관련 교육부는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해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학교와 재단에 사업에 필요한 일부 재원을 책임지움으로써 책임성을 제고하겠다는 기본 취지가 훼손됨으로써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이외에 기부금품모집규제법 위반과 관련 S교수가 제시한 증거는 재단과 학교, 동문회가 동문회관의 사용과 관련해 맺었던 합의문.

여기에는 △법인은 동문회관을 교육용 기본재산으로 등재할 것 △건물의 건축에 대한 동문회의 물적 기여를 학교에 대한 기부금으로 처리할 것 △동문회관 건축을 발의하고 일정 정도를 기여한 동문회가 이 건물의 1~4층를 사용할 것 등이 명시돼 있다.

다시 말하면 동문회가 ‘동문회 건립’ 용도의 목적기금이 아닌 학교발전 일반기부금으로 처리해 주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현행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합의문은 지난해 11월 5일자로 작성돼 있다. BK21 대응자금으로 동문기금을 전용한 시점은 지난 2000년 가을 무렵. 따라서 재단과 학교측은 임의로 동문기금을 전용한 후 2년여가 지나 동문회와 협의한 것이다.

동문회 관계자도 “당초 동문회는 ‘건립기금’ 명목으로 40억원을 학교로 넘긴 것”이라며 “2002년 합의문 작성 이전에 기부금 전용과 관련 학교측의 어떠한 통보나 논의도 없었다”고 말하고 있어 S교수의 진실성을 의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결국 교비회계에서 전용한 돈을 메꾸게 된 상황도 해명돼야 할 대목.

당초 동문회관 건설대금은 모두 95억여원으로, 이중 46억여원은 동문회 기금으로, 나머지 48억여원은 교비로 충당키로 돼 있었다.

그러나 동문회관 건립기금으로 쓰여야 할 동문회 기금이 BK사업용으로 쓰이면서 교비에서 지출예정돼 있던 건립기금 48억여원 뿐 아니라 나머지 40억여원의 상당액도 교비에서 지출하게 된 것.

S교수는 동문회관은 교육용 재산이기 때문에 교비로 지어져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교육용 건물의 신증축, 개축에 있어 재단의 1차적 책임을 강조하는 사립학교법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많다. 뿐만 아니라 교비가 대개 학생등록금으로 돼 있는 만큼 회계상 한바퀴를 돌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학생 등록금으로 BK 대응자금을 조성하게 된 셈.

결국 수업료와 기성회비로 BK대응자금을 조성할 수 없다는 교육부 BK지침은 회계상 편법으로만 지켜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게 됐다.

◇“재단의 회계처리는 정상적이었다?“ = 재단측은 “재단은 동문회의 동문회관 건립기금을 입금받는 즉시 학교로 전출시켰다”며 그 내역과 시기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재단이 실제로 학교에 입금한 돈은 회계상 부적절한 것이라고 오 전 처장은 반박하고 있다.

학교가 기부금을 건설대금으로 지급하려면, 자산전입금으로 전입돼야 하지만 재단측은 기부금을 모두 경상비전입금으로 들여보냈다는 것.

오 전 처장은 재단이 입금한 24억원이 경상비전입금으로 들어왔으며, 재단이 자산전입금 항목으로 입금했다고 제시하고 있는 16억원 역시 경상비전입금 명목으로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재단이 부담해야할 전입금에는 경상비전입금, 법정부담금, 자산전입금(시설비전입금)이 있는데 이중 학교 시설설비를 위한 전입은 자산전입금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재단이 ‘자산전입’을 해야 할 회계처리를 ‘경상전출'시킨 경위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게 된 상황이다.

◇“부가세 환급위해 이사장 명의로 지출?” = 이밖에 재단은 이미 지급된 88억원의 동문회관 건축대금을 이사장 명의로 한 것과 관련 “ 사업자등록이 없는 학교 총장 명의로 세금계산서가 발급되면 부가세 환급이 불가능하지만, 학교법인의 이사장은 사업자 등록이 돼 있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오 전 처장의 설명은 다르다. 우선 서강대는 사업자등록(번호 105-82-04568)이 돼 있다.

또 총장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게 되면 부가가치세는 내야하나 대신 지방세(취득세와 등록세) 약 5.8%를 면제 받을 수 있는 반면, 이사장 명의로 하여 수익용으로 등록하면, 지방세는 내야 하지만,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을 수 있으므로, 4.2%의 이익이 재단에 발생한다는 것.

바로 이러한 이유로 세금계산서를 이사장 명의로 변경할 것을 종용당했다는 것이다.

●구성원 저마다 다른 입장…‘학생’ 변수

재단·학교측과 교수회 사이에서 벌어지는 쟁점을 지켜보면 ‘총장선출권의 대외개방’요구에 대한 '도전'과 '응전'으로 귀결되는 상황.

이와 다른 축으로 재단·학교와 오 전 처장의 자존심을 건 싸움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일부 학생회 간부들은 일단 의혹 규명이 선행돼야 하며 행정과 회계의 투명성이 보장되는 해결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 운영에 필요한 대부분의 재원을 부담하는 이해 당사자인 만큼 명백하게 비리의혹의 진위가 밝혀지는 게 최우선이라는 것.

이들은 기자에게 “오 전 처장이나 교수회가 해임취소나 총장직 개방 등 자신들 만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역시 중요한 이해당사자인 학생들의 목소리를 껴안아 의혹규명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주장했다.

일단 대학원 총학생회와 학부 총학생회가 재단과 오 전 처장 등 모든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통해 의혹 규명을 하자고 제안한 만큼 시한이 지난 후 학생들이 어떤 식으로 행동에 나설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이들은 믿었던 ‘성직자’ 재단에 대한 신뢰가 깨졌을 때 적극적인 실력행사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어서 서강대 비리의혹과 관련 학생들의 대응은 향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서강대 '재단비리의혹' 논란]

[관련기사 : 서강대 '동문기금 BK 전용' 파문확산]

최윤수 기자 (news@unn.net) | 입력 : 03-02-21 오전 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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