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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정녕 '녹색'을 포기하는가
연세대 연신원 사태를 통해 본 환경시대 대학의 자화상
에코 캠퍼스 "총장 ·대학당국 의지가 좌우"
지난 1월 27일 새벽녘 연세대 당국이 돌연 연합신학대학원(연신원) 건물을 철거하면서 빚어진 연세대 내의 갈등과 반목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사건의 발단은 일부 교수들이 연신원의 환경적 역사적 보존 가치를 들며 철거 반대를 주장한데 대해 신과대 구성원들이 교육환경권을 들어 예정대로 새 신학센터 공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빚어졌다.

뜨거운 설전도 오갔지만 갈등이 깊어지면서 연세대 내에서 누구도 판관이나 중재자를 자처하지 못하는 형국이 됐고 일부 구성원들은 냉소와 무기력증에 빠져있기 조차하다.

결국 지난 25일 총장이 신학센터 공사를 강행하기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또 다른 파국을 예고하고 있다.

연신원 문제는 연세대로서는 매우 불운한 현재진행형의 사건이지만 하나의 건물이 세워지는데 실로 다양한 가치들이 충돌하고 경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으로서 대학 사회에 남겨준 교훈은 지대하다.

'환경권'의 개념에 포섭되는 가치를 놓고 다른 생각을 가진 구성원들이 공론의 장을 만들고, 조정을 시도하는 일이 앞으로 대학사회에 더욱 많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환경’과 대학내 분쟁을 해결하는 문제에 있어 대학당국이 담당할 역할을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는 구성원의 반발에도 연세대 당국이 무리하게 연신원 철거공사를 강행하면서 본격적 갈등국면에 들어갔던 지난 상황을 돌이켜보면 분명해진다.

캠퍼스 환경악화…‘몸집불리기’ 따른 필연

아울러 연신원 사태는 한국 대학의 환경적 상황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사건이기도 하다. 지난 70~90년대 대학의 숫적 팽창과 함께 이뤄진 개별 대학의 몸집불리기 행태는 재벌 못지않았다.

건물설계 당시 30여명이던 학생이 1천여명으로 급증했지만 교육인프라는 뒤따르지 않으면서 신과대 구성원들의 불만이 증폭됐던 사실도 이를 웅변한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모든 대학들이 종합대학을 위해 전진에 전진을 거듭했다. ‘종합대학화’는 정원증원의 지름길이었고 이는 재정 증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벌중심의 사회적 분위기는 중산층과 서민들이 직업적 탐색과 상관없이 대학의 문턱을 두드리게 만들었다. 대학의 과포화는 필연적이었던 것이다”라고 그 배경을 설명한다.

그러나 더 이상 대학이 회색빛 아파트단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공간이 됐다는 장탄식을 날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캠퍼스환경이 대학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캠퍼스는 신입생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중요한 유인요인이 되고 있고 대학 구성원들의 환경에 대한 욕구는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생명과 환경’의 가치 주도하지 못할 망정…

지난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유엔환경회의를 통해 전세계 국가들은 지구환경보전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행동계획을 담은 일종의 지침서를 만들어 이를 실행할 것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국가는 장기 실행계획을 세우고 지방자치단체별로 ‘의제21’라는 실행기구를 만들어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많은 대학들은 이 녹색열풍의 무풍지대였다. 친환경적 노력을 못할망정 지금도 편법과 탈법을 통해 공공연히 환경오염을 가중시키고 있어 물의를 빚기도 한다.

강원도의 모대학은 임의로 소각장을 만들어 교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대량으로 태워 주민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대학 내에서 발생하는 폐수나 폐자재, 동물사체를 불법 방출·매립하는 대학이 있다는 증언도 잇따른다. 경기도와 충청권 대학에 출강중인 K강사(생물학)는 “대학에 다니다보면 상당수 대학들이 인체나 생태에 치명적인 실험용 시약을 습관적으로 하수구에 버리거나 (동물)사체를 매립하는 경우가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K대의 Y교수(환경공학)는 “작은 대학들은 시약이나 유독성 물질을 위탁처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체 폐수처리장을 가진 대규모 대학의 경우 관리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자체 발전시설을 가진 대학들이 배출규제를 지키는지도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해 대학 내 오염물질 배출관리가 허술함을 지적했다.

소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대학내에 환경경영시스템을 도입해 적극적인 환경실천에 나선 대학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국제표준기구가 인정하는 환경경영시스템(ISO14001)을 도입한 대학들로, 현재 국내에는 연세대(원주), 상지대 등 4개 대학이 있다.

이 대학들은 구성원을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강화하고 물, 에너지, 쓰레기 등의 관리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돋보인다.

이들 대학의 친환경 캠퍼스를 위한 적극적 노력은 대학 행정수장의 전폭적지지 속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캠퍼스, 장기기획 하에 친환경적 요소 도입 필요

그동안 우리 대학들은 교육의 장을 ‘기획’한다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기획한 경우에도 필요한 교육시설 요건을 충족하는 데만 몰두하는 경향이 짙었다.

이에 대해 이정형 중앙대 교수(건축공학)는 “캠퍼스에 대한 장기적 기획보다는 각 총장들이 임기 내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일 위주로 임기응변식 대응을 해온 이유도 있다”고 꼬집는다.

환경적으로 조화로운 캠퍼스 조성을 위한 대학 리더의 적극적 의지는 그래서 더욱 강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으로 대학 대상 평가가 지나치게 캠퍼스의 시설·설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도 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새겨들을 대목. 캠퍼스의 쾌적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를 개발·활용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캠퍼스를 조성할 때 녹지 공간을 확보해 두고 건물을 세우는 외국대학에 반해 우리 대학들은 건물이 우선, 녹지는 뒷전인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장기적 안목과 친환경적 요소가 생략되는 것은 불보듯 뻔한 현실. 20년 동안의 이노베이션 계획을 세우고 수업환경 악화를 최소화하면서 캠퍼스 개혁을 꿈꾸는 일본의 도쿄대는 그런 점에서 반면교사가 된다.

최윤수 기자 (news@unn.net) | 입력 : 03-04-25 오전 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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