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총장은 그동안 교수협의회 회장으로서 학원의 민주개혁운동에 앞장서 왔다.
결국 학원내 민주세력을 주도했던 일원인 신 총장의 취임은 실질적으로 사학의 주인으로 인식돼 온 재단 이사장을 축출하고 개혁세력이 학교의 최고의사결정권자가 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는 우리 대학역사로 볼 때도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또 앞으로 다른 분규사학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금의 사립학교법이 재단의 막강한 권한을 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전에 법정판결로 승소해 이사장직을 재탈환한 구재단측을 또 다시 물러나게 했다는 데서 매우 색다른 의미를 지닌다.
앞으로 신 총장이 교수 또는 교직원들 사이에서 극한적으로 벌어진 갈등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그동안 약속한 민주개혁의 방향은 무엇인지, 큰 포부의 대학발전을 위한 재원조달은 잘 이뤄낼 지를 본지 홍남석 사장과 김우종 주필이 취임식 당일 신 총장을 직접 만나 들어봤다. <편집자주>
-덕성여대의 새 총장이 되셨는데 앞으로 대학 운영을 해나가시면서 가장 중점을 둘 원칙이 있다면.
●교권 확립과 (재단과 관계에 있어서) 대학자율성이란 두 가지 원칙을 철저히 관철해 나갈 것이다. 총장직무대리 선출을 위한 2001년 12월의 소견 발표회 당시에도 나는 재단 이사회 앞에서 당당하게 주장했다. ‘재단과 대학은 수평적·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은 나를 뽑아 주든 안 뽑아주든 일관되게 지켜갈 것이다’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박 전이사장 체제일 때 재단측은 교권에 대한 탄압을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했다. 승진제외, 재임용 탈락, 심지어 호봉인상을 차단하는 비열한 수단도 썼다. 적어도 내가 총장이 되는 한 재단으로부터 부당하게 교권이 침해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학내에 뿌리 깊이 자리한 비민주적 구조도 당연히 바꿔갈 것이며 작년 총장직무대리를 수행하면서 그러한 변화를 상당한 수준까지 이뤄내기도 했다. 현재 덕성여대의 의사결정 구조는 대한민국서 가장 민주적이라고 자부한다.
-총장직무대리를 하시면서 구성원들의 참여를 위해 여러가지 일들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직원 인사위원회’ 8명중 직원 3명을 포함시켜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인사가 이뤄지도록 했다. 마찬가지로 ‘직원 징계위원회’에도 직원 참여를 보장해 부당한 징계의 소지를 없앴다. 물론 교수에 관한 인사 역시 평교수를 직선해 인사위를 구성해서 진행한다. 과거 인사위원회의 경우 재단이사장이 모든 위원을 지목해 구성함으로써 사실상 이사장의 일인 결정체제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획기적 변화다.
-인사 부문을 제외한 부분은 어떤지.
●이밖에도 강의·수업 등과 관련된 교육의 본질적 내용들을 결정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정책결정 과정에 직원을 참여시키고 있다. 물론 예·결산 편성 과정을 논하는 예·결산위원회, 대학의 장기적 발전방안을 논의할 대학발전위원회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계획이다. 앞으로 학생들 참여도 보장해 획기적인 민주적 대학운영 상을 제시해 나가겠다.
-총장선임의 과정, 그리고 대학운영과 관련해 일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원만한 타협이 가능할는지.
●구재단측 인사들에 대한 청산문제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구재단의 전횡에 맞서 모든 걸 내던져 싸워온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의 뜻을 존중한다. (해임·징계 등을 포함한) 인적 청산과 재단과의 더 분명한 절연을 선언하자는 요구도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인적 청산’에 대한 드라이브를 걸다보면 다시 한번 반목과 갈등의 덕성 역사를 반복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공정한 인사다. '우리는 뭔가 다르다', '친소관계에 의해 인사가 결정되는 정실인사는 신 총장 체제에선 없다'는 구성원들의 신뢰를 만들어 감으로써 낡은 인물까지 포용·변화시켜나가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이외에 다른 의견차도 있는 것으로 안다.
●열심히 싸워온 교수님들께 대학운영에 대한 참여 범위를 더 넓혀주고 싶은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일부 교수들의 경우 논공행상식 주장을 펴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도 든다. 실제로 마지막까지 재단에 맞서 싸운 교수들은 불과 5명(이외에 적극 지지자 6~7명) 안팎이었다. 권리 주장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이제와서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있다. 무엇보다 우리 대학을 민주개혁의 방향으로 만들려고 주도했던 사람들이 극소수에 불과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람을 선을 그어 니편, 내편을 만든다면 부작용이 더 크다. 재단 이사회 구성도 매우 불안한 구조임을 감안해야 한다.
-직무대리 수행중에 실세 총장이 아니라서 겪은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처음 총장실에 오니 학생들의 점거농성 때문에 TV가 부서져 있었다. TV를 일부 직원이 새 것으로 바꿔주려 하자 총무과의 한 직원이 ‘그 사람(당시 신 총장직무대리) 1~2개월 후면 금방 떠날 사람이다. 바꿔줄 필요가 있겠냐’고 하더라. 직원들도 (욕심이 있든 없든) 박 전 이사장 편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렇다고 그때 직원들 쫓아낼 수만은 없다. 그래도 함께 가야한다.
-화합에 대한 의지를 계속 강조하시고 있는 듯 한데.
●해방이후 ‘반민특위’가 의지가 없어 친일파 청산을 못한 것이 아니다. 힘이 적어서 그랬을 뿐이다. 전체 교수의 80%가 모여 더 강하게 개혁을 추진하도록 똘똘 뭉쳐 지원해 준다면 상황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상황임을 서로가 너무 잘 알지 않나?
-재단과의 갈등 끝에 해직된 교수나 직원 문제는 다 해결된 것인가.
●한상권 교수가 99년 복직되고 같은 해 성낙돈 교수, 그리고 10년만에 해직됐던 노조위원장이, 3명의 전임강사도 모두 복직됐다. 사립대학에서 교수들의 투쟁으로 재단에 잘못보여 쫓겨난 사람들을 순차적으로 전부 복직시킨 경우는 매우 특수한 사례다. 앞으로 학교 제도를 민주적으로 개선하거나 새로 도입해 본인 퇴임 후 누가 경영진으로 오더라도 옛날의 암흑상황으로 되돌리지 못하도록 하겠다.
-‘싸움(?)만 하며 지내왔다’는 이미지도 있는데 대학 발전을 위한 청사진은 있으신지.
●올해부터 대학 장기발전위원회를 가동시킬 계획이다. 외부 경영전문 컨설팅에 의뢰해 총체적인 경영진단을 받은 후 ‘대학장기발전계획’을 만드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덕성 발전을 위한 대공청회’ 등의 자리를 마련해 우리 대학의 발전을 위한 모든 제언을 청취·수렴해 좋은 내용은 채택해 나가겠다. 특히 내부 구성원의 합의를 토대로 안정된 개혁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큰 갈등이 소멸한 만큼 이런 계획에 본격적인 시동을 거는 것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발전에 필요한 재원마련을 위해서 재단의 협조가 필수적일텐데.
●돈이 없어서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까지 명확한 대학 발전의 비전이 없어 돈을 쌓아놓고 이자만 늘렸다. 우선 시설투자에 집중하겠다. 재단전입금과 이월금으로 교육시설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전산관·의학관·교양관·체육관·기숙사 등 필요한 부분을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 내겠다. 현재 이사들과 대학의 관계도 좋은 편이라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동안 생활에 어려움이 크셨을 텐데, 총장님 자신의 생활은 안정이 되셨는지.
●재단으로부터 민·형사상 고소당하면서 집도 차압당하기도 했다. 작년 10월 쯤 다행히 차압이 해제됐다. 고소자인 박 전이사장측에 나머지 교수들의 고소도 풀라고 건의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말할 것이다.
-전 이사장 측이 향후에 어떻게 대응할 것으로 보시는지.
●박 전이사장 측도 앞으로 변할 수 밖에 없을 거라 믿는다. 학생·교수 등이 끊임없이 젊고 건강한 개혁의 목소리를 낼 텐데 낡은 생각들이 버텨낼 재간은 없는 것이다. 학내의 다른 모든 구성원들도 개혁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 믿고 있으며 또 그렇게 해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대담= 본지 홍남석 발행인·김우종 주필/ 정리= 최윤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