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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재단비리의혹’ 논란
교수회, “교비유용·회계비리·기부금 전용 등 총체적 재단비리 의혹” 제기
재단측, “보직탈락 교수의 엉뚱한 화풀이, 회계흐름 이해 못해 나온 지적”
서강대 교수협의회가 서강대의 설립단체인 예수회와 재단에 대해 교비유용, 회계비리, 인사전횡, 동문기부금 전용 등 총체적인 비리의혹을 제기한데 대해 재단과 예수회가 사실무근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교수협의회(회장 정요일 국문과 교수)는 지난 6일 ‘재단의 비리 척결 및 교권 회복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유인 즉 “재단의 비리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을 통해 드러난 사실로 봤을 때 그 심각성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시점에 왔다”는 것.

교수회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달 23일 재단측이 기획처장 보직을 해임한 오모 교수와 관련이 있다.

오 교수는 지난해 4월 임기 2년의 서강대 기획처장을 맡았다가 지난달 23일 총장의 새 부총장 선임과 맞물려 신임 부총장에게 인사권 행사의 기회를 준다는 차원이라며 다른 보직교수 한 명과 함께 해임됐다. 바로 당일 재단은 예수회 신부인 심종혁 교수를 기획처장으로 새로 임명·공고했다.

이에 대해 오 교수가 부당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오 교수는 대학 설립자의 납골당 조성공사에 대해 조사를 했다는 이유로 감사를 받은 후 총장으로부터 여러 차례 사퇴를 요구받아 왔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재단측의 교비유용과 회계 비리에 대해 여러 차례 시정을 요청해 왔다며 ‘보복해임’ 가능성을 제기했고 결국 해임무효 가처분 신청서와 관련증빙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오 교수가 재단의 비리의혹 사실이라고 적시한 법원제출 진술서의 일부가 교수회에 전달됐고 그 자료가 동문과 교직원 등 학내 구성원에게 공개됐다.

오 교수는 글 앞머리에서 “처장 재임 중 업무를 수행하면서 재단의 비정상적인 교비 회계 처리를 알게 됐고 그 과정에서 법 위반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정상적인 교비 회계 처리를 간절히 호소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따라서 “자신도 지키고 어차피 터질 혼란과 불행을 막자는 뜻으로 이 문제를 거론하게 됐다”는 것.

“동문회관 건립 둘러싼 교비전용, 위조계약, 계약변경” 문제

비리의혹을 총 12가지로 정리한 진술서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동문회관 건립을 포함한 교육용 재산의 운용에 있어서 재단의 월권 △동문회관 시공사 수의계약 의혹 △동문회관 계약주체 변경 △공사비 증액 의혹 및 재단이 주도하는 교비지출 문제 △공사대금 지불자 명의를 총장에서 이사장으로 불법적 교체 △교비지출을 재단 지출로 둔갑 △위조계약서 작성 △근거없는 공사비 증액 △위조계약서 은폐 △동문회 기부금 39억원 증발 등으로 충격적 내용을 담고 있다.

진술서 공개와 함께 교수회는 “재단과 예수회측은 제기된 비리의혹에 대해 해명할 것”과 “예수회 신부만이 총장후보자가 될 수 있는 기존의 총장선출제도를 개방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재단측 “무책임한 폭로, 모든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오 교수의 진술서에 근거를 둔 교수회의 주장에 대해 재단과 예수회는 “일고의 가치도 없으며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했다.

재단(학교법인 서강대학교)의 이용우 상임이사, 김도선 감사(공인회계사), 심종혁 새 기획처장은 “적시된 비리내용은 교수회와 오 교수의 오해나 무지, 그게 아니라면 의도를 가진 왜곡에서 비롯됐고 무책임한 태도”라며 한목소리로 분통을 터뜨렸다.

우선 오 교수의 해임과 관련, 인사권자인 총장에게 물어봐야 할 사항이지만 오 교수가 오히려 정당한 총장의 요구를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거절하곤 했다고 전했다. 즉 학교 운영상 손발을 맞춰야 하는 총장·부총장과 보직 교수간 관계를 봤을 때 부총장 선임 후 일부 보직 교수에 대한 인사권 행사는 정당하다는 뜻.

보는 입장에 따라 보복해임으로 비칠 가능성은 남겨져 있다.

둘째 동문회관 시공사인 (주)현대건설과의 수의계약 의혹은 재단측의 설명대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요약하면 동문회관 시공사 선정을 위해 공개입찰에 붙였으나 2차례에 걸쳐 유찰, ‘2차례 유찰시 수의계약할 수 있다’는 대학 구매 규정에 의거해 수의계약이 이뤄졌음이 밝혀졌고 오 교수도 이에 수긍했다.

셋째, “법률에 정해진 공개입찰을 피하기 위한 도급변경이 이뤄졌으며 그 과정에서 지상 6층이 지상 11층으로, 47억원이던 처음 건설공사비가 95억원(최종공사비는 104억원으로 현재까지 88억원 기지급)으로 껑충 뛰었다”는 의혹과 관련, 이 상임이사는“처음 동문회 측의 동문회관 건설에 요구가 높아 쓰레기장이던 터를 활용해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비좁던 캠퍼스에 건물이 틀을 잡아가자 욕심을 내서라도 더 층수를 높여 교육에 활용하자는 의견이 있어 건설위원회 등 공식라인을 통한 규정 절차를 밟아 증축을 결정했다”며 회의자료를 공개했다.

넷째 “교비로 공사비용이 모두 지출됐음에도 8차 중도금 10억원의 세금계산서가 총장이 아닌 이사장 명의로 작성됐고 이전 지급된 78억원도 이사장 명의로 소급해 정정 발급해달라며 재단이 불법적 요구를 해왔다. 또 재단이 세금계산서의 ‘공급받는 자’ 란에 이사장의 사업자 등록번호 하나만을 명기함으로써 교비에서 건설비를 전액 지불했음에도 마치 재단의 회계에서 지출하는 양 문서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주장과 관련.

김 감사는 “교비 집행시에 이사장 명의로 집행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며 이사장 명의로 지출했다고 법인회계에서 지출한 것으로 처리되지도 않는다. 부가세 환급 등 세금문제를 고려할 때 사업자 등록이 안 돼 있는 총장 명의로 지출하면 문제가 될 수 있어 감사로서 이사장 명의로 하도록 오히려 권장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다섯째, 오 교수는 “동문회가 동문회관 건립을 위해 써달라며 재단에 기부했다는 39억원의 목적기금은 교비회계에 단 한 푼도 전입된 사실이 없어 결국 39억원의 동문 기부금은 증발한 셈”이라는 지적.

이에 대해 재단측은 “39억원이 아닌 40억원이었다”고 정정하고 학교로 이체시킨 동문 기부금 40억원에 대한 영수증을 제시해 40억원이 교비 회계로 입금됐음을 기자에게 확인해줬다.

이로써 제기된 주요 의혹은 일부분은 해명됐고 나머지 일부는 진실이 가려져야할 대목으로 남아 있다.

일각서 내놓는 ‘총장선출 둘러싼 주도권 다툼’설

지난 5~6일께 비리의혹을 강하게 추궁했던 교수회도 소속 교수 한 명이 재단측과 비공식적으로 만나 간접적으로 해명을 전해들은 후 입장이 다소 변한 것으로 보인다.

교수회는 7일 새로 낸 성명서를 통해 “의혹들이 사실인 것으로 밝혀질 경우는 물론, 설사 사실이 아니라 할지라도 작금의 교내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예수회-재단-총장’으로 이어져 있는 본교의 구조적 모순”이라며 비리의혹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은 남겨둔 채 ‘학내 구조개혁’으로 초점을 옮겼다.

구체적 요구사항으로는 “‘사립학교법’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의 재단 이사진의 개편, 총장직의 대내외적 개방”을 들었다.

이처럼 오 교수의 진술서 공개를 기점으로 교수회와 재단 사이에 형성된 갈등의 양상이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학 사정에 밝은 한 교수는 “결국 ‘예수회 주도하의 서강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교수들과, 서강대를 예수회가 설립한 만큼 설립주체로서 학교운영의 주도권을 놓칠 수 없다는 예수회측 간의 갈등”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하면 오 교수의 돌연한 개인 인사상의 문제로 불거진 ‘비리의혹’을 통해 때마침 재단에 불만이 있었던 교수사회에 불을 당겼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 교수는 다음과 같이 그 역사성을 설명한다.

“고등교육의 근대적 체제를 형성하지 못했던 1960년대 한국의 교육상황에서 가톨릭 한국예수회가 1960년 설립한 ‘서강대학교’는 가톨릭교회의 후원을 통해 빠른 속도로 명문대학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90년대 후반까지 명실상부한 3대 명문사학으로 자리매김하던 서강대는 최근 수년간 장기 발전계획 하에 대규모 기금을 조성하고 집중투자하는 대학가의 열풍에서 비껴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예수회의 열악한 재정규모 때문이었다.

예수회는 세계 42개국서 2백26개의 대학을 운영하고 있고 한국에 설립한 대학이 바로 서강대. 세계예수회가 종교단체인 만큼 독자적으로 대학에 투자할 기금을 조성하기 어려운 실정이기에 다른 나라의 경우 기부금을 모금, 대학에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적 상황은 이를 허용치 않았다. 한국의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상황이 기부금 문화의 형성을 가로막았던 것은 주지의 사실 아닌가.”

이러한 주장은 재단전입금 현황을 통해 입증된다. ‘2001년 사립대 재단전입금 현황’을 보면 연세대가 1천11억원, 성균관대가 6백12억원, 고려대 3백18억원, 이화여대 1백59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서강대의 경우 33억원에 불과하다.

정체돼 있는 듯한 작금의 상황에 대해 교수들은 재단이 재정 확보를 위해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지속적인 비판을 해왔다. 결국 “재단으로서의 제 역할은 못하면서 학교 운영에 있어서는 전권을 행사하려는 예수회의 독단과 이기심이 문제”라는 설명이 이 대학 교수들의 정서를 정확히 말해주는 것.

이와 관련 서강대 정요일 교수협의회 회장은 “재단 이사 9명 중 7명이 예수회 신부들로 구성돼 있고 총장 스스로도 예수회 회원이다. 게다가 예수회 신부가 새 기획처장으로 임명되면서 현재 학교 행정의 최고 핵심 보직인 총장, 교목처장, 기획처장, 학생처장 등 4명이 예수회 신부로 이뤄졌고 여기에 얼마전 선임된 부총장까지 사실상 예수회가 ‘추인’한 인물임을 미루어 볼 때 예수회가 학교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말한다.

재단측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일정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억울하다는 눈치다.

재단의 한 관계자는 “종교재단으로서의 한계 때문이지 재정확보 노력을 왜 기울이지 않겠는가. 최근 학교앞 부지를 구매해 수익용 재산으로 활용하기로 한 것처럼 우리도 고심하고 있고 앞으로는 나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유수한 대기업이 후원하는 다른 대학만큼은 못할 수밖에 없지 않나”고 항변한다.

또 “예수회 신부들은 성직자이면서 교육가로 도덕성과 청렴함에 있어서만은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최근 BK21사업 신규공모 기간을 맞아 학내 갈등이 부각되면 교수와 연구자들이 연구기금을 얻는데 행여 불이익을 받을지 몰라 침묵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을 교수들이 계속 이용해선 안 된다”며 말했다.

'총장선출제 개방화'놓고 재단, 교수회간 다툼 장기화 우려

서강대의 갈등구조는 ‘총장직 개방화’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총장선출제 개선 논의를 중심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재단과 예수회의 학교경영 능력에 대한 회의에 이어 교수회가 제기한 비리의혹은 ‘의혹제기’ 자체만으로도 도덕성과 청렴함을 생명으로 여기는 예수회 신부들에게는 큰 상처를 남길 것으로 보여 재단과 예수회측의 향후 대응이 예의 주시되고 있다.

한편으로 사립학교도 역시 공적 교육기관임을 감안할 때 특정 종교가 학교 운영에 막대한 권한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교수들의 주장도 당장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양쪽에서 각각 형사고발과 명예훼손 소송까지 입길에 올리고 있는 상황임을 보건데 그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최윤수 기자 (news@unn.net) | 입력 : 03-02-11 오전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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