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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만이 대학발전 길인가?
연세대 당국이 지난 27일 새벽 기습적으로 연합대학신학원(연신원) 건물을 철거하면서 '어떻게 지성의 전당에서 이런 폭력적 사업집행이 이뤄질 수 있느냐'는 분노가 교내외로 확산되고 있다.

이 대학의 교수·학생·동문들의 심정도 착잡하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보통 시민들의 느낌도 다르지 않은 듯하다.

무엇보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명문사학에서 대학당국이 교수들의 반발을 가벼이 여기고 야음을 틈타 달동네 철거 진행하듯 해당 건물을 부숴버렸다는 데서 충격과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또 철거를 반대한 교수들의 지적처럼 우리나라 대학이 물량주의·물신화에 빠져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는 데서 씁쓸함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대학당국의 이번 철거를 비판하는 데에는 궤를 같이 하면서도 대학들의 과열화된 건물 신·증축 경쟁에서 연세대만이 자유로울 수 있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다시 말하면 기본적 강의실과 기자재도 부족한 상황에서 턱없이 좁은 캠퍼스를 활용하려면 건물이라도 넓혀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이 대학 신과대 정석환 교무부장은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 대학은 필요한 강의실의 80% 정도만 확보하고 있어 강의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들의 주장처럼 ‘전통’이나 ‘역사’, ‘생태’라는 상징성을 보존하자는 일부 교수들의 입장이 사치일 수도 있다. 과거 3천명에서 최근 5만여명으로 확대된 연세대 구성원의 수만큼 다양해진 요구를 담아야 할 대학 당국의 고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신원 지키기 모임 조한혜정 교수의 말마따나 대학당국이 “양적 확장이 가져올 수 있는 당장의 이익과 눈앞의 만족에만 집착"하는 캠퍼스 개발주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이 점에 있어 지난해 캐나다에서 대학생 12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학만족도 설문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조사에서 학생들은 캐나다 최고 명문으로 알려진 토론토대학이나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보다 마을공동체와 함께 전통과 현대, 첨단학문과 생태를 조화롭게 유지하고 있는 퀸스대학, 웨스턴 온타리오대학을 각각 1, 2위로 꼽았다.

9·11테러 이후 미국에 유학하는 다른 나라의 학생 수는 크게 줄고 있음에도 유독 한국 학생 수가 증가추세에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높고 큰 건물을 짓는 것이 ‘발전’이라는 우리 대학들의 망상 때문은 아닐지 생각해 볼 일이다.

물론 건물 신·증축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당국의 획일적 대학평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진 못할 것이다.

최윤수 기자 (news@unn.net) | 입력 : 03-01-29 오후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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