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열 기념관 “대학생 발길 거의 없어”
신촌역 7번 출구로 나와 다주쇼핑상가를 지나 골목을 하나 꺾어 들어가면 아담한 4층짜리 흰색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6·10 항쟁의 기폭제가 되었던 이한열 열사를 기리는 ‘이한열 기념관’이다. 기념관을 찾는 사람이 많은지 물어보자 이은영 이한열 기념관 간사는 “6월과 7월만 바쁘다”고 답한다. 기념관을 찾는 사람은 하루 평균 1명에서 2명 정도. 개인 추모기념관은 국내에서 이한열 기념관이 유일한데도 찾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 간사는 “홍보가 미숙한 탓도 있다”면서도 “가장 많이 와야 할 대학생 방문객이 너무 적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대생들이 가끔 기념관을 찾는 정도고, 타 대학생은 발길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작년 9월 민주화사업팀이 주관하는 ‘민주화를 알자’ 순회 코스에 들어가면서 오히려 초등학생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하루에 1~2학급, 초등학생 70여명 정도가 기념관을 찾아 이한열 열사를 알고 간다. 이 간사는 “기념관을 찾는 초등학생들에게 민주주의가 뭔지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민주주의를 밝고 희망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 놀라곤 한다”고 말했다. 한 아이는 ‘변기’를 그려놓고 “민주주의는 변기처럼 없으면 불편하다”고 했고, 다른 아이는 ‘24시간 편의점’을 그려놓고 “낮에도 밤에도 민주주의가 살아 있어야 한다”고 해 적잖이 대견스럽기도 했다고.
“6·10 항쟁 20주년 계기, 기념사업 이어가야”
이화연대 민주동우회는 지난 달 30일부터 ‘다이나믹 현대사 및 이화 1960, 70, 80년대 학생운동사 사진전’을 열고 있다. 이화여대 학보사에 있던 옛 사진들을 먼지를 털어내서 세상 밖으로 끄집어냈다. 선배들의 민주화 투쟁이 시각적으로 와 닿아 반응이 상당히 좋다. 행사를 기획한 배외숙 사무처장은 이번 전시회에 대해 “20주기를 맞아 다시 한 번 민주화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행사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요즘 대학생들이 너무 바쁘지 않느냐”고 반문한 배 사무처장은 “대학생 잘못이라기보다 근현대사를 잘 가르치지 못한 우리 교육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선배들이 나서서 6·10 항쟁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7일 교내에서 20주년 기념식을 준비하고 있는 조흥식 서울대 민주화 운동 기념위원장도 “대학생들의 관심이 미흡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물질적으로는 많이 성장했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도 민주화 진행 과정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며 “경제발전에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정작 민주화에 대한 담론은 아직 미흡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기념위원회는 이에 따라 4·19 기념탑과 박종철 열사비 등 추모비들을 잇는 ‘민주화의 길’을 조성한다. 조 위원장은 “과거 중에는 기억해야 할 것과 기념해야 할 것이 있는데 우리에겐 기억해야 할 것을 기념으로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며 “이번 20주기가 민주화 운동을 다시 일으키는 계기가 되어 구체적인 기념사업들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기리는 마음은 같아” 반론도
연세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15일부터 오는 9일까지를 ‘이한열 열사 추모기간’으로 정했다. 중앙도서관 부근 길가에 ‘이한열 선배가 뿌리고 간 민주화의 씨앗을 기억합니다’라고 쓴 현수막을 걸었다. 학생관 곳곳에 20주기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를 붙여 놨다. 오는 8일 낮 12시 중앙도서관 앞 광장에서 추모식을 진행한 후, 백양로 삼거리에서 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저녁 7시에는 ‘추모의 밤 행사’도 준비되어 있다.
이한열 열사 추모기획단장 이혁(경제4) 군은 이번 행사 준비를 하면서 “이한열 선배가 누구인지, 6·10 항쟁이 어떤 것인지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무겁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군은 일부 신문에서 ‘대학생들이 6월 항쟁을 너무 모른다’고 몰아세우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들의 관심이 적은 것은 인정하지만, 조사결과만 가지고 ‘학생들이 취업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이분법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운동권이든 비운동권이든 민주주의를 기리는 마음은 같다는 것을 알아 달라”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