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출신인 미국인 H씨는 지난해 초 미국 유명대학의 석사학위증을 위조해 국내 K대학 영어강사로 취업한 뒤 올해 3월에는 또 다시 가짜 박사학위증으로 같은 대학 영문과 조교수에 임용된 것으로 드러나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경찰은 ‘가짜’ 학위를 도용한 외국인 교수가 더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다른 대학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혹시나 가짜 학위를 가진 외국인 교수가 있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나아가 이번사건을 계기로 외국인 교수 임용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인 교수는 전임의 경우 1천3백98명, 비전임의 경우 1천6백67명으로 총 3천여명을 넘어선다. 이 외국인 교수들은 대학의 서류심사와 전공, 강의 등 평가를 거쳐 추천된 자에 한해 교원인사위원회의 심의를 받고 선발된다.
하지만 문제는 각 대학들이 외국인 교원 임용 시 학위와 논문 등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 해당대학인 K대의 한 관계자는 “교수의 학위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1년이 넘어도 회신은 오지 않았다. 미국대학 측의 답변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통보됐다”고 토로했다.
현재 내국인의 해외 취득 학위마저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기관이 없는 상태에서 외국인의 학위를 관리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외국에서 학위를 취득한 교수들이 국내에 들어왔을 경우 6개월 내에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으나 신고를 하지 않아도 대응조치가 없어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또 한국학술진흥재단에서 학위를 수집하는 목적도 학위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고, 접수된 논문을 국내 연구자들에게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한것인 만큼 학위 관리가 부실한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국인 교수는 이 같은 적용대상에도 포함돼 있지 않아 외국인 교수들의 임용을 필요로 하는 대학들은 어쩔 수 없이 해당기관에 직접 의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덕수 한국외대 교무처장은 “몇 안돼는 학과 교수들이 행정서류만 가지고 선발하기는 한계가 있는 상태”라며 “제도적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부패방지위원회는 지난 해 가짜 외국 박사들을 근절하기 위해 학위나 논문의 인증을 요구할 경우 국가 정보데이타를 구축해 교수가 학위를 취득한 해당학과, 해당 지역에서 경험이 있는 교수의원회를 구성해 비상설전문평가위원단을 운영할 것을 교육부에 제시했지만 세부 조항 변경을 이유로 아직 시행되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