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신소재공학과 김모 교수가 지난 1학기 기말시험에서 수강생 44명 가운데 무려 34명에게 F학점을 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수강생의 77%가 F학점을 받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해당 학생들은 학내 게시판에 항의 글을 올리는 등 집단 반발했으며 이의를 제기했던 학생 중 한 명이 이번 일로 자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인천대는 교수 10명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언론은 ‘교수의 기이한 행동’이라고 치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교수가 왜 그 많은 학생들에게 F를 줘야만 했는지 명쾌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본지는 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반발과 논란'을 예상하면서까지 다수의 학생들에게 F학점을 줄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들어봤다.
-논란이 된 수업에 대해 설명해 달라.
지난 1학기 개설한 1학점짜리 전공필수 실험과목이다. 영어로 진행하는 상대평가 수업이기도 하다. 최근 대기업에서는 영어 말하기 능력을 반영하는 추세기 때문에 우리 학과 학생들이 그에 걸맞는 영어 구사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사소한 호칭부터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했다. 시험도 대기업에 취직한 학생의 도움을 받아 영어면접과 흡사한 형식으로 고안했다. 개강시점에 영어 구두시험을 치르겠다고 공고하기도 했다.
-상대평가인데 교수 재량대로 F학점을 줄 수 있나.
인천대의 상대평가 개념은 다른 대학과 다르다. 다른 대학들은 보통 A부터 F까지 비율이 정해져있지만, 인천대는 ‘A학점을 수강생 30% 이상, B학점을 40% 이상 주지 말 것’이라고 규정돼있다. C·D·F 학점에 대한 언급은 없다. 반쪽짜리 평가제도이긴 하지만, 어쨌든 규정상 C와 D, F 학점은 교수 재량껏 줄 수 있다. A·B학점도 제한된 비율을 넘지 않는 한 교수 재량에 달려있다.
- F학점을 그렇게 많이 준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고육지책이었다. 전공필수 과목이니 F학점의 학생들은 당연히 재수강해야 한다. 그러나 2학년 학생들인데다 학점도 1학점짜리여서 시간이나 학점 여유가 충분하다. 오히려 나로선 스스로 부담을 자처한 셈이다. 다음엔 더 나은 학점을 받을 수 있게 가르쳐야 하니까 말이다. 지금도 교육자로서 양심적인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소양을 갖추도록 재수강 기회를 준 게 왜 문제란 말인가.
-평가 반영비율은 각각 어떻게 되나.
인천대는 원래 교수가 일괄적으로 점수를 합산해 공지하는 방식이었는데, 지난 5월 교무처에서 출석20% 과제20% 중간-기말시험60%로 점수를 따로 표기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학생들은 내가 이 부분을 설명하지 않았다며 반발했지만, 전체 공지사항이었기에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너무 가혹한 처사라는 지적도 있는데.
객관적 평가에 따른 결과다. 사소한 호칭까지도 영어로 진행할만큼 원어에 충실했다. 영어 구두시험에선 총 세 가지를 물었다. 첫 번째가 본인이 제출한 보고서에 대해 설명하는 문제, 두 번째가 일본대지진 관련 시사 문제, 세 번째가 실험 수업 사진에 대해 설명하는 문제였다.
무엇이라도 말하려 애썼고 말했던 학생들은 F학점을 모면했다. F학점을 받은 학생들은 시험시간 내내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던 이들이다. 문제는 그런 학생이 34명이었다는 점이다. 구두시험 당시 녹음했기 때문에 증거자료도 남아있다. 나는 강의계획대로 학점을 부여했을 뿐이다.
- 이번 일로 논란이 되리라는 것을 예상했나.
당연히 예상했다. 교육적 차원에서 많은 학생들에게 F학점을 줄 수 밖에 없었다. 대충 넘어갈 수도 있었기 때문에 소신 없이는 더더욱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몇몇 언론에서 내 사생활을 들추는 등 명예를 실추시키고 악의적으로 보도한 데 대해선 강력하게 대응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