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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희망버스와 갈등해소
홍득표 인하대 교수
한진중공업사태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다. 노사갈등에 제3자가 개입하고, 여야 간 해법에 입장차가 극명하게 드러나 있으며, 보수와 진보단체 간 이념대립의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기업의 노사갈등에 제3자가 개입하면서 복잡하고 미묘한 사회현안으로 등장하였다.
 
한진중공업사태는 적자가 나는 회사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생산직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적자경영과 약화된 조선 산업의 경쟁력을 내세워 희망퇴직 조건 등에 대하여 노사 간 협상이 여의치 않자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한 것이다. 노조입장에서는 정리해고 때문에 직장을 잃게 되었고 총파업으로 사용자와 맞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양쪽은 정리해고의 정당성에 대하여 극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작년 12월 20일 총파업에 들어갔으나 지난 6월 17일 가까스로 노사협상이 타결되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지난 1월 6일부터 현재까지 85호크레인에 올라가 정리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면서 200일이 넘도록 고공농성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5년에 한진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서 해고되었다고 한다. 고공 크레인 농성을 풀고 안전하게 내려오길 바란다. 고공 농성을 지원하기 위해서 ‘희망버스’가 3차에 걸쳐 현장을 방문했으며, 그 과정에 부산시민들의 강력한 저항을 받기도 하였다.
 
사태의 본질은 한 기업의 노사갈등에 있다. 희망버스가 내려간다고 고공 크레인 농성을 멈추게 하거나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말이 있다. 과연 희망버스가 싸움을 말리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무슨 일이든 이해 당사자가 있게 마련이다. 제3자가 개입하면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오히려 노사의 입지나 협상여지를 축소시켜 일을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노사문제이기 때문에 이념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늦었지만 노사 간 대화를 통하여 자율적으로 한진중공업 사태를 푸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노사는 책임 있는 자세로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특히 외국에 한 달 넘도록 체류 중인 한진중공업 회장은 하루 빨리 귀국하여 정리해고의 불가피성에 대하여 노조를 설득해야 한다. 만약 정리해고의 정당성이 없으면 같은 솥 밥을 함께 먹었던 가족과 진배없는 직원들과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노사 간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장기화되어 사태가 악화되면 국가가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가 노사갈등에 개입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온다면 사용자나 근로자 어느 일방의 편을 들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할 것이다. 과연 정리해고가 정당했는지 그리고 제3자 개입과정에 위법사실은 없었는지 공정한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사태해결에 조정자·심판자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야 5당은 한진중공업사태 해결을 위한 원칙에 합의했지만 여야는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략적 태도를 버려야 할 것이다. 제3자도 마찬가지다. 제3자가 싸움을 말리지 않고 오히려 갈등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현명한 국민은 한진중공업 사태의 본질에 대하여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이나 제3자가 경솔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곤란하다. 우리나라가 언제쯤 노사문제 등 사회갈등을 평화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법과 원칙이 존중되는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언제쯤 갈등해소에 진정으로 기여하는 희망버스를 운행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을까 걱정이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11-08-04 오전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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